<시론>관광산업 이대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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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관광수지적자가 최근 경제현안으로 부각되면서 정부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을 뿐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올 여름 휴가철에만 내국인 1백만명이 외국으로나갈 예정이라고 한다.이 정도면 올해 관광수지적자가 25억달러를 상회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가만히 놔둬도 관광흑자를 쑥쑥 낳던 「황금거위」의 산업은 이제 먼 옛날 얘기가 돼 버리고만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와 느끼는 불편은 언어소통의 불편으로부터 교통혼잡,화장실 불결,상품강매,음식점 불결,관광정보 입수곤란 등 우리사회 구석구석에 있다.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불편을 관광객이라고 느끼지 않겠는가.
개인적 차원에서 볼 때 여행목적지의 결정은 극히 경제적이다.
값이 싸고,볼거리가 많고,가치효용력이 큰 쪽으로 결정하는 것이다.국내에서 설악산을 가는 비용이나 제주도를 가는 비용이 동남아를 가는 것과 맞먹는 현실에서 해외관광 증가를 막을 뾰족한 방도가 없다.
한마디로 사회적 수용능력도 부족하고 관광산업의 가격경쟁력도 없는 것이 한국관광산업의 현주소다.이러한 현실에서 오늘의 관광산업 문제는 단순히 관광수지적자를 언제까지 얼마나 줄일 수 있겠는가 하는 단편적 접근으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 다.이제는 정말 원점으로 돌아가 한국 관광산업의 질적 경쟁력을 생각해봐야한다.이러한 작업에 참고가 될 수 있는 몇가지를 제언해본다.
우선 관광과 관광산업에 대한 국민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관광을 단지 과시적 소비행위 아닌 삶의 재충전기회로 받아들여 자기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성급한 해외여행 보다 먼저 우리 것을 보고 배우려는 학습적 자세가 필요하다.마찬가지 로 관광산업을 바라보는 인식도 소비성 서비스업이 아닌 문화산업.수출산업으로서의 인식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정부의 통합적 관광정책이 필요하다.그동안 우리나라관광정책은 상공차원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미국.싱가포르.홍콩 등이 통상산업부에서 관광정책을 다루는 반면,우리나라는 교통부를거쳐 문화체육부로 이관돼 관장되고 있다.관광을 문화복지 차원에서 다루는 선진성이 있긴 하지만 경제정책결여는 우리 관광산업의허술한 경쟁력이 어디에 원인이 있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연장선에서 정부 관광조직개편을 생각해본다.문화체육부라는 명칭에 숨어서 관광정책은 활성화하기 어렵다.자칫 문화만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현재 수준에서 소극적 변화를 제시한다면 「문화체육관광부」로 개편이다.이때 유의할 점은 문화. 체육,그리고관광으로 영역을 구분하고,업무의 고유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이 유사한 예를 프랑스.말레이시아.호주 등에서 볼 수 있다.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2002년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관광외교를 해야 할 정부의 대표가 관광이라는 글자도 없는 명함을 들고 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물론 적극적 차원에서 「관광부」라는 독립된 정부조직이 있으면 뭘 더 바라겠는가. 이와함께 강조돼야 할 부분은 관광업계의 자성(自省)이다.
특히 사회만족경영의 개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단지 경제적목적만이 아닌 사회적 목적을 동시에 수용하는 사회공동체로서의 경영이 필요하다.아울러 정부의 관광정책에 방관하지 않고 스스로참여하는 사회대응적 경영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관광산업은 하나가 될 수 있어야 한다.관광산업은 다양한 업종들로 구성된다.이들을 묶어내는 지도력이 필요하다.정부.지방자치단체,그리고 국민을 포함하는 사회지원체제가 마련돼야할 것이다.
관광선진국이 곧 경제선진국이다.또 문화선진국이기도 하다.이 말에서 우리는 21세기 한국 관광산업의 역할과 진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李連澤 한양대교수.관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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