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차 탄 KFC 요리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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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비밀금고에 갇혀 있던 치킨 할아버지의 조리 비법이 68년 만에 바깥 나들이를 했다. AP통신은 “세계적인 치킨 체인 KFC가 켄터키주 루이빌 본사 금고에 보관하던 조리 비법 용지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창업자 할랜드 샌더스는 1940년 켄터키주 작은 레스토랑에서 11가지의 허브와 향신료를 섞은 자신만의 치킨 조리법을 만들었으며 1950년대 초반부터 KFC 체인를 통해 이를 보급했다.

하지만 그가 1940년 직접 쓴 조리법은 지금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 회사 측이 철통 같은 보안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조리 비법은 두 개의 숫자 맞춤 자물쇠로 잠긴 캐비닛 금고에 넣어져 회사 본부의 가장 깊숙한 곳에 보관돼 왔다. 회사 내부에서도 임원 두 명만이 이 비법에 상시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KFC는 이들의 이름과 직책도 공개하지 않는다. 또 양념에 들어가는 허브와 향신료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공급처를 여러 곳으로 분산시켰다. 공급업자들도 전체 재료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철저히 감춰온 조리법이 세상 나들이에 나선 것 역시 보안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귀하신 몸인 만큼 수송 역시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송 작전을 위해 비번인 경찰관과 사설 경비원들이 고용됐으며, 비법 용지가 담긴 서류상자는 방탄차량에 실려 모처로 옮겨졌다. 작전을 지휘한 로저 이턴 사장은 “내가 조리법을 잃어버린 사장으로 기록되는 것은 너무도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KFC는 전 세계에 1만4892개의 체인점을 두고 있으며, 체인점 앞에는 ‘KFC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샌더스의 형상이 서 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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