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인기 치솟는 '아파텔' 앞으로 수요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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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2~3년 전 서울 테헤란로 주변에 분양된 주거용 오피스텔은 참 인기가 좋았다. 대우건설이 '디오빌'이라는 명패를 붙여 연작으로 내놓은 소형 오피스텔은 서로 분양을 받으려고 모델하우스에서 밤을 새우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일단 당첨만 되면 그 자리에서 많게는 몇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으니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서라도 줄서기 행렬에 나설만도 했다.

어렵사리 손에 넣은 오피스텔이 완공된 지금은 어떤가. 분양 당시의 분위기라면 가격이 매우 오른 것은 물론이고 매월 짭짤한 임대수익을 내는 황금알 낳은 거위가 됐어야 마땅하지만 실상은 정 반대다.

가격 상승은 고사하고 세입자 구하기도 힘들어 오히려 관리비만 물어야 하는 미운 오리새끼 신세가 돼버린 곳이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분양가보다 1천만원 가량 싼 매물들이 속출하고 있다. 분양가의 대부분을 은행 융자 등으로 투자한 경우가 많아 앞으로 사정이 급한 사람들의 급매물은 더욱 늘어날 것 같다.

그렇게도 갈망하던 강남 중의 강남으로 꼽히는 역삼.대치.삼성.서초동 지역이 왜 이 모양이 됐을까. 공급과잉에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가 원인이다. 테헤란로 주변에서 입주 예정인 오피스텔은 올해만도 1만여실이나 대기하고 있어 사정은 더 나빠질 공산이 크다. 수요가 많다는 강남 일대가 이럴진대 다른 곳이야 오죽하겠는가. 지난해 전국적으로 6만2900여실이 완공된 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훨씬 많은 8만9700실 가량 대기하고 있다 하니 짐작이 가고도 남을 게다.

이런 현상은 예견된 일이었다. 한꺼번에 엄청난 물량이 쏟아졌으니 이만한 수요를 어디서 갑자기 만들어 낸단 말인가. 돈 많은 부동산 투자자들이야 줄 서 있다 해도 실제로 입주할 실수요자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나. 물론 앞으로 공급이 끊기고 국가경제가 살아나면 찬바람이 훈풍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오피스텔이 갖고 있는 생태적 한계 때문에 큰 기대는 안 하는 게 좋다.

테헤란로 입주 단계의 오피스텔은 한랭전선에 휩싸여 있는데도 경기도 부천.안양 등지에서 최근 '아파텔'이란 명패를 달고 분양된 오피스텔은 인기가 짱이다. 태생은 다 같이 오피스텔인데 브랜드 포장을 살짝 바꿨다 해서 이렇게 팔자가 달라질 수 있나. 하기야 테헤란로의 오피스텔도 왕년에 주가가 얼마나 높았던가. 지금 생각하면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투전판 환상에 불과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게다가 아파트도 아닌 것이 아파트 행세를 해 수요자를 헷갈리게 한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이르면 5월부터 주거용 오피스텔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지 않는가. 설령 아파트 대우를 받는다 해도 제대로 된 아파트보다 살기가 편할 리 만무하다. 수요의 한계로 투자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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