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과학, 마술로 '술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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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긴 망토에 높은 모자'. 마치 마술사 차림이다. 그러나 손에는 마술 도구가 아닌 과학실험 도구가 들려 있다. 전주예술고 과학담당 박교선(44)교사가 과학 수업을 하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어렵고 딱딱한 과학을 칠판과 이론만으로 수업을 하면 학습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이나마 학생들과 과학을 친하게 하고 싶어 '마술 교육'을 도입한 것입니다."

박교사는 구심력과 원심력을 가르칠 때도 예의 마술사 복장을 입고 거기에 걸맞은 실험 도구를 활용한다. 컵에 물을 가득 넣은 뒤 네줄의 줄을 매단 플라스틱 접시에 올려 놓은 뒤 빙빙 돌린다. 마치 보름날에 깡통을 돌리며 쥐불놀이를 하듯 돌리는 것이다. 그래도 물컵의 물은 전혀 쏟아지지 않는다. 원심력 덕에 물이 쏟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박교사는 설명한다. 그러면서 인공위성이 구심력과 원심력의 균형 덕에 정해진 궤도를 돌 수 있다는 것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마술 놀이 학습은 수업을 시작할 때 10분이나 20분 정도를 합니다. 도구들은 생활 주변에서 흔히 수집할 수 있는 페트병.손수건.물컵.빈깡통 등 그저 그런 것입니다. 그러나 과학실험을 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박교사는 학습 주제에 따라 실험 도구들을 달리한다. 발열반응과 흡열반응, 지구의 온도변화 등을 설명하는 시간에는 '불을 붙여도 타지 않는 1만원짜리 지폐'로 실험을 한다. 물과 알코올을 섞은 용액에 지폐를 담근 뒤 불을 붙이면 불은 붙는데 지폐는 타지 않는 실험이다. 학생들은 신기해 하면서 발열.흡열반응에 대해 웬만해서 잊어 먹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학습을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간단한 마술 실험으로 기체의 밀도와 진동수, 산.염기의 성질 및 지시약, 물질의 반응속도와 촉매 등 많은 과학실험을 재미있게 할 수 있다.

박 교사가 이런 학습 방법을 도입하게 된 것은 수업을 재미있게 하는 것은 교사의 몫이라는 책임의식 때문이다.수업은 재미없고 지루하게 하면서 학생들에게 공부 못한다고 탓하는 것은 교사가 자신의 할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요즘 마술 과학학습을 전파하느라 바쁘다. 여기저기서 시범 수업을 해 달라는 요청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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