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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만에 '임꺽정' 다시 펴낸 고우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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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 ‘임꺽정’은 고우영씨가 1972년 스포츠신문에 처음으로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다.

만화가 고우영씨가 자신의 첫 신문 연재작 '임꺽정'(자음과 모음.전5권.각권 7000원)을 다시 펴냈다. 최근 '삼국지'를 필두로 '수호지' '초한지' '가루지기' 등이 연달아 복간된 뒤라 작가로서는 감회가 덜할 법도 한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1972년 스포츠신문에 인기리에 연재된 '임꺽정'은 80년에도 한차례 책으로 묶여 나왔는데, 그때나 처음 연재 때나 검열의 칼질이 혹독해 '누더기'를 면하지 못했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첫 발표 후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탓에 원고의 보전상태가 나빠 작가는 "아예 없어진 컷은 주섬주섬 새로 그려 넣어야 했고, 찢어지고 뭉개진 장면은 옛날의 필치 그대로 살리기 위해 가장 예리한 펜촉을 갈아 끼워야만 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예전의 서툰 그림과 유치한 문장을 다시 뜯어고치고픈 유혹을 참아내는 게 힘들었다"는 작가의 고백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보는 이들은 작가의 생각과는 좀 다를 듯하다. 요즘보다 훨씬 규격화된 만화칸 속에서도 高씨 특유의 그림체가 가진 초기 모습과 훗날 한껏 무르익을 해학적 연출의 흔적을 찾아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때맞춰 작가의 최신작도 나왔다. '고우영과 함께하는 교육부지정 상용한자 1800자'(관우.전2권.각권 1만원)라는 제목 그대로 학습용 만화다. '삼국지'의 장비나 조조처럼 낯익은 인물들이 쉼없이 등장하는 데다, 한자 부수 하나 설명하는데도 동양 고전을 독특한 관점으로 재해석해 온 작가다운 안목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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