齒醫모녀 살해사건 '무죄' 1등공신은 인터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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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무죄 선고는 인터네트 덕이다.』 지난달 26일 「한국판 OJ 심슨 사건」으로 불린 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 항소심에서 외과의사 이도행(李都行.34)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도록 하는데인터네트가 수훈을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李씨 변호인단이 인터네트를 통해 전세계 1천여 의학논문에서 검찰측 주장을 무력화시킬 자료들을 찾아낸 뒤 이를 재판부에 증거물로 제출해 인정받았기 때문.
李씨 변론을 맡은 김형태(金亨泰.40)변호사가 부검및 현장검증 결과에 대한 신뢰성 여부가 유죄판단의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자료수집에 나선 것이 4월.외국 법의학 서적 검색에 한계를 느낀 金변호사는 전세계 유명 의과대 학의 최신 의학논문을 수록해놓은 인터네트 웹사이트 「메드라인(Medline)」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의학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접근이 가능한 주제어 검색을 통해 사건에 도움이 되는 논문들을 찾아내는 방법을 사용했고 교수들의 자문을 구하면서 불과 3~4일만에 한국인과 체질이 비슷한중국 광둥(廣東)의대의 법의학 관련논문을 찾아낼 수 있었다.
A4용지 세장의 요약분을 프린터로 뽑아 6월초 재판부에 제출한 변호인단은 『음식물의 소화정도로 보아 사망하기전 6시간동안음식물을 먹지 않았다』는 검찰주장에 맞서 『식사시간이 사망전 1시간 안팎』이라고 반박할 수 있었던 것.
이에 재판부는 『검찰의 부검 감정결과는 아침을 먹지 않았을 것을 전제로한 소견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며 변호인단의 손을 들어줬다.
가장 중요한 쟁점인 사망시간 추정이 인터네트를 통해 해결된 것이다. 金변호사는 『이 자료들이 최소한 재판부가 부검및 감정결과를 의심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 것은 틀림없다』며 『정보홍수화 시대를 맞아 인터네트가 재판과정에서 더욱 요긴하게 사용될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철희.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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