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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홍승완 2009 컬렉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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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서 패션쇼? 상식을 깬 발상의 전환이 생경하지만 새롭다. 촉촉한 비가 막바지 여름을 식히던 지난 1일, ‘2009 홍승완 + 페어트레이드 나눔 컬렉션’이 진행됐다. 현란한 조명과 형형색색의 컬러로 수놓는 여느 패션쇼와 달리 내추럴·클래식이 가을의 속삭임인 듯 단아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패션을 ‘쇼’만으로 본다면 화려한 장소를 선택했겠죠. 하지만 패션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며, 이를 보여주는 공간은 의미 있는 건축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 홍승완씨가 패션쇼 장소로 국립중앙박물관을 선택한 이유다.

그는 패션 못지않게 건축물에도 관심이 많다. “몇 백년된 건물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유럽문화가 부럽다”는 그는 “우리나라는 갑자기 모던으로 변하는 과정 속에 클래식의 존재가 묻혀버린 것 같다” 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컬렉션은 오래된 건축물 보존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싶은 그의 희망 프로젝트 2탄. 작년 서울역 컬렉션 후속편이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쇼가 시작됐다. 야외광장 계단을 런웨이 삼은 모델들의 캣워크에는 비장함이 엿보였다. 내리는 빗줄기는 오히려 전화위복, 무대에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홍씨는 이번 이색제안을 흔쾌히 받아 준 박물관 측에 패션쇼 성공의 공을 돌렸다. 이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최광식 관장은 “이곳에서의 최초 패션쇼다.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대중과 소통하려는 박물관의 변화된 모습으로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컬렉션은 이색장소 못잖게 ‘지구촌 나눔의 실천’이라는 점도 주목받았다. 홍씨는 네팔·인도·방글라데시 여성들이 천연염료로 염색해 베틀로 짠 옷감으로 1910년대 영국의 전통의상을 만들어냈다.

“페어트레이드의 소재는 제3세계 가난한 노동자들이 생산한다. 전기도 없고 전화도 없는 상황이라 페어트레이드 코리아 이미영대표가 직접 공수해 와야만 했다”고 홍씨는 그간의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그는 “기존 메이커 브랜드의 오가닉이 있긴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은 아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십 번 가공 처리하고 필요하지 않은 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사람에게 좋은 제품이라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친환경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홍씨는 참다운 의미의 친환경을 찾다 페어트레이드를 만나게 되었고 100% 오가닉에 매달리게 됐다고 소개했다.

“벌레 먹은 상추가 좋은 것처럼 거친 페어트레이드 오가닉도 마찬가지”라며 “패션에도 진정한 웰빙 바람이 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의미 있는 건축공간에서 컬렉션을 진행하고 싶다는 홍씨는 “옷을 통해 뜻있는 메시지를 주는 컬렉션을 꾸려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프리미엄 이현경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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