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업종들 수출둔화로 성장멈칫-경제 분야별 현황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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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기부진으로 실물경제현장에 맨먼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반도체.조선.유화등 지난해 경기가 초호황이었던 업종은 올들어 가격하락등의 직접적 이유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힘든 상황이다. 수출부진과 채산악화,거품현상등으로 지금까지의 안정감을 잃고 흔들거리는 한국산업의 대들보 업종들이 처한 현황과 문제점을짚어본다.
◇반도체=그간 연중무휴로 움직였던 삼성전자.현대전자.LG전자등 3사의 공장은 지난주부터 격주 일요 휴무제를 실시하는등 생산량 감축에 들어갔다.
추석때도 예년 같으면 교대근무로 공장을 돌렸지만 올부터는 쉬기로 했다.
LG반도체 경 영기획실 김낙주(金樂珠)이사는 『현재 시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된다면 올해 반도체3사의 매출은 당초 목표보다 20~30%가량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반도체 가격하락은 대만등 경쟁국 신증설에 따라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데다 반도체 주수 요원인 컴퓨터 수요증가율이 초호황세였던 작년(25%선)에비해 크게 둔화된데 따른 것.
이에따라 올초 3백7억달러로 총수출 목표치(1천4백20억달러)의 21.6%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됐던 반도체수출이 2백50억달러까지 떨어진다는 관측도 나왔다.
수출주력 16메가D램 반도체의 국제시세는 작년의 절반이상 떨어진 개당 14~19달러선.이 시세가 더 내려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자동차=한승준(韓丞濬)자동차협회 회장은 지난달 30일 박재윤(朴在潤)통상산업부장관과 가진 업계간담회에서『연말까지 수정목표치인 1백10만대(94억달러)수출은 가능할것 같다』고 전망했다.이는 연초 업계가 의욕적으로 잡았던 수출증가율 목표 40%를 11.5%로 크게 낮춘 고육지책이다.
자동차수출은 91년 이후 작년까지 5년간 연평균 25%라는 고속 수출신장률을 자랑해왔다.특히 지난해엔 97만6천9백여대(84억3천만달러)로 전년비 무려 41.2%라는 수출신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올들어 5월까지 46만5천대가 수출돼 전년동기비20%증가로 둔화됐다.엔저로 일본차 국제경쟁력이 좋아진데다 미국.유럽등지 생산량이 늘어 재고가 증가한 때문.
기아자동차 박정림(朴定林)이사는 『자동차 경기 사이클이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들어서는 시점인데다 경기 자체도 좋지 않아 성장률이 낮다』고 지적했다.
◇조선=올 상반기 내내 수주부진이 뚜렷해지자 업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올들어 5월까지 수주량은 전년동기비 무려 33.2%나 줄어든 1백47만6천에 불과했다.물론 지난 2~3년간 보기드문 수주호황으로 올해 조선수출은 7 0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일감을 2년정도 선행해서 수주하는 조선업 특성 때문이다.
우선 세계 선주들이 바닥세인 배값이 더욱 떨어질 것을 기대해발주를 꺼려 탱커등 신조선 물량이 30%상당 줄어든게 큰 이유다.또 최대 경쟁국인 일본 조선업계가 엔고로 지난 5년간 어려움을 겪다가 작년 하반기부터 힘을 찾아 물건을 낚아채가고 있다. 조선협회 조순제(趙順濟)전무는 『일본과 비교해 작년 상반기만 해도 약 18%의 가격경쟁력 우위를 가졌던 우리 조선업계가올들어 오히려 3%정도 가격경쟁 열위로 반전했다』며 일본의 경쟁력회복이 상대적으로 우리의 경기부진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유화=플라스틱 제품 원료인 스티렌 모노머(SM)의 최근 당수출가격은 5백달러선.작년 상반기 1천3백달러를 웃돌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화섬 원료인 고순도 텔레프탈산(PTA)의 국내 최대 제조업체인 삼성석유화학의 재고량은 작년말의 두배 수준인 20만에 육박한다.
유화제품의 지난해 수출증가율은 51%.그러나 올들어 5월까지의 실적은 28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가 줄었다. 국내 유화경기가 이처럼 위축된 것은 무엇보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수입감소 때문.삼성종합화학 수출담당 이호길(李鎬吉)이사는 최근의 경기부진에 대해 『장기적 경기전망은 괜찮지만 일시적인 수급차질에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철강=올 5월까지 수출은 25억4천8백만달러로 집계,지난해동기에 비해 5억달러 이상 줄어들었다.
한국철강협회 엄관종(嚴官鐘)상무는『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
EU의 철강경기가 둔화되면서 시작된 세계 철강수요 위축현상이 올들어 계속 지속되면서 국내 철강경기가 영향을 받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그는 또 『건설등 국내 철강 관련 산 업의 경기도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내우외환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철강협회는 올 철강수출이 지난해 72억달러 보다 10%정도 줄어든64억달러 전후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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