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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걷는 그들 “암이 두렵지 않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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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암환자의 면역력과 투병의지를 함께 높여주는 훌륭한 항암제 역할을 한다. 암환자들과 가족들이 아주대병원이 마련한 걷기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6일 오전 10시 아주대체육관 앞에선 암환자에게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암환자 관리에 걷기 운동의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암 프로젝트(cancer project)’가 시동을 건 것이다. JMnet ‘아름다운 중독-걷기’(워크홀릭)와 아주대병원이 마련한 이 행사는 환자들이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고, 건강을 회복하도록 도와주자는 것이 목적. ‘행복한 인연-암을 이긴다’라는 슬로건으로 시작된 이날 행사에는 보호자를 포함, 500여 명의 암환자가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아주대병원 뒷산 숲길을 한 시간여 걷고, 병원에서 제공한 강연, 암환자용 식사, 암극복 사례 발표, 환우회 만남의 장 등의 순서로 진행돼 오후 3시에 종료됐다.

행사를 주관한 아주대병원 통합의학센터장 전미선 방사선종양학 교수는 “중도 포기한 환자들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암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대단했다”며 “암환자에게 걷기는 면역력을 높여주는 손쉬운 운동이니만큼 매년 행사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암 예방·치료를 위한 걷기의 효용성과 방법을 소개한다.

◆걷기가 암예방을 돕는다=걷기는 암환자에게 소중한 운동이다. 탁솔·5-FU·글리벡 같은 강력한 항암제는 아니다. 그러나 보조 항암제 자격은 충분하다는 것이 암 전문가들의 평가다.

포천중문의대 전세일 대체의학대학원장은 “암환자가 걷기를 생활화하면 면역력·투병 의지가 강해진다”며 “항암제에 의한 부작용이 줄어들어 삶의 질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외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45분가량 걸으면(약 5㎞) 인체 내 면역세포의 활성이 57%나 증가했다.

걷기의 암예방 효과는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도 증명됐다. 실험쥐에게 유방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을 주입한 뒤 이 중 절반에겐 쳇바퀴에서 아무 때나 운동하도록 했고, 나머지 절반에겐 운동을 금했다. 이 실험에서 쳇바퀴를 돈 쥐의 유방암 발생률은 가만히 앉아 지낸 쥐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게다가 유방암에 걸리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걷기가 암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것은 폐경 전 여성 6만4000명 이상을 6년간 추적·조사한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1주일에 16시간 이상 걷거나 3시간15분 이상 달린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내는 여성에 비해 23%나 낮았다(미국국립암연구소저널 최근호).

대장암도 걷기로 예방이 가능하다. 목수·배관공·정원사·집배원 등 신체 움직임이 많은 직업인이 늘 앉아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 비해 대장암 발생률이 낮았다.

걷기는 또 전립선암 예방에도 유효하다. 미국 하버드대의 조사 결과 매일 1시간가량 활기차게 운동한 남성의 전립선암 발생률이 47∼88%나 낮았다.

◆암치료에도 효과적=과거엔 항암제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휴식을 권했다. 그러나 요즘은 바로 다음 날부터 걷기 등 운동을 추천한다.

고려대 안산병원 재활의학과 김동휘 교수는 “암환자는 치료를 받는 동안 근육이 약해지고 심폐기능이 떨어지며 피로·전신 쇠약을 경험한다”며 “걷기는 이런 기능 저하를 호전시킨다”고 조언했다.

독일 연구팀이 항암제 치료를 마친 암환자에게 규칙적인 운동을 권해봤다. 암환자의 활력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자신의 병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유방암 환자에게 10주간 규칙적인 운동(주당 4번, 한 번에 30∼40분)을 하도록 했더니 우울증·불안 정도가 크게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걷기는 투병의지 등 정신면역력도 높여준다. 전미선 교수는 “암환자는 우울증 척도가 높고, 고독과 불안 때문에 면역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걷기가 정신력을 강하게 하고, 우울증을 개선해 암치료 효과를 높여준다”고 말했다.

◆과한 운동은 오히려 독=서울아산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진영수 소장은 “암환자의 적당한 운동은 면역력을 높여주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면역력을 낮춘다”며 “숨이 약간 차거나 이마에 땀이 살짝 나거나 걸으면서 옆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정도로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환자는 자신의 최대 운동능력의 60% 이하로 걸어야 한다는 것. 220에서 자신의 나이(40세 가정)를 빼면 최대 분당 심박수(180회)가 된다. 여기에 0.6(60%)을 곱하면 암환자에게 적합한 운동량(분당 심박수 108회)이 나온다. 하루에 20분∼1시간 걷는 것이 적당하다. 거리는 3∼4㎞까지 차츰 늘려간다.

전미선 교수는 “체력이 약한 상태에서 한 번에 몰아서 걸을 필요는 없고, 아침·점심·저녁으로 적당히 나눠 조금씩 걷되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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