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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여행>비틀스 인 클래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딱정벌레」란 뜻의 록그룹 비틀스의 첫 음반 『Please Please Me』가 선보인 63년 3월.세계의 대중음악 질서는 잠시 흔들린다.열광과 환호.표현가능한 모든 수사가 이들을 위해 준비됐다.그후 비틀스는 곧 그 질서의 「추」 가 됐으며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았다.그렇다.비틀스 이전에 비틀스는 없었으며,비틀스 이후에도 비틀스는 없었다.
69년 앨범 『애비 로드』로 그들은 혁명의 종료를 고한다.「섬싱」「골든 슬럼버」를 끝으로 비틀스란 이름은 명예의 전당으로사라진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이번엔 기존의 클래식 연주진영에서비틀스에 탐닉하기 시작한다.베를린필 첼리스트들 의 「첼로를 통해 들여다 본」 비틀스는 단연 그 선두주자다.
비틀스를 클래식풍으로 연주한 음반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피아노로,기타로,첼로로,아카펠라로,플루트와 피아노가 합세하는 앙상블로 비틀스 음악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왔다.그러나 그 모두가 만족스러웠던가.안타깝게도 대답은 부정적이다.비 틀스를 재료로 한 크로스오버의 성공요건은 자기 목소리를 유지하는 일일 것이다.주선율만을 좇아가는 반주 오케스트라 스타일로는 설자리가 없다. 그런 뜻에서 베를린필 첼리스트 12명의 비틀스는 경이롭다.레논과 매카트니의 작품인 「언덕위의 바보」를 들어보자.도발적인 첼로합주의 서막은 예기치 못한 것.그러나 몇 소절 흐른 후 그것이 언덕위에서 홀로,말 한마디 없이 세상 돌아가 는 것을 지켜보는 느린 선율을 온전히 돕기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대위법적인 구조.화성적인 튼튼함.베를린필 첼리스트들의 편곡은차라리「비틀스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다.74년 부활절에 결성된베를린필 12첼리스트는 78년 「음악에 사랑을 싣고」란 TV프로에서 비틀스를 처음으로 선보인 후 4년만에 독일음반 비평가상을 수상했다.비틀스 크로스오버 음반에 주어진 최초의 음반상이었다.이들은 다음달 중순 내한공연을 갖는다.바로 「비틀스 커넥션」을 품에 안고.
〈음반평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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