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북한문화유산조사단의 세차례 방북에는 유홍준 (1차, 3차.영남대 교수).최창조 (2차.지리학자).황창배 (2차.화가).고은 (3차.시인).김주영 (3차.소설가) 씨가 단원으로 참가했다.
이들의 방북소감을 들어봤다.
유일하게 두차례 북한에 다녀온 유홍준교수는 "그곳 보통사람들의 일상을 체험할 수 없었던 점은 아쉽지만 1, 2차 합해 20여일간 운전사에서 안내반장까지 같이 생활하며 느낀 그들의 '천진성' 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고 했다.
유교수는 또 "외래문화가 범람하는 도회적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 60년대 어린 시절에 본 것 같은 거리풍경 등이 그대로 남아있는 북녘의 모습은 하나의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의 북한답사가 첫 해외여행이었다는 최창조씨. 최씨는 "열흘 정도의 짧은 일정에 평양.개성.황해도 일원으로 답사지역도 제한돼 있었지만 그 북녘땅에서 자생풍수의 흔적을 수없이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고 말했다.
백두산에 가보기 전 80년대에 이미 시인의 역사적 상상력으로 '백두산' 이란 연작시를 발표한 바 있는 고은씨는 "솔직히 고려항공을 타기 전까지도 반신반의했던 북행길이었던 만큼 감동도 컸다" 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백두산에 올랐을 때 가슴으로 안겨오던 장엄한 천지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고 했다.
북한 사람들의 사는 모습에 관심이 많았던 김주영씨는 그 곳에 가서 직접 겪어본 북한 여성의 '당당함' 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북한 여성들은 남자 등 뒤에 숨어서 한숨짓거나 서성거리는 법이 없다.
자기희생을 전제로 남자 앞에 서기를 과감히 자청한다.
사치하지 않으며 건방지지 않으나 똑똑하고 아금받은 성격을 지녔다" 는 게 북한 여성들에 대한 김씨의 평.
2차 조사단원으로 최창조씨와 함께 북한에 가 그곳 산하를 화폭에 담았던 황창배씨는 "북에서 보고, 듣고, 만난 모든 것이 충격으로 다가와 방문기간 내내 흥분상태 속에서 날을 보냈다" 며 "역시 평양의 만수대창작사를 방문해 인민예술가.공훈예술가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 게 재 일 : 1998년 09월 21일 08面(10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