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호노레 도는 3년 전 안양예술공원 조성에 참여해달라는 안양시의 의뢰를 받고 현장을 방문했다. 계곡 중간에 있는 커다란 바위 두 개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두 바위는 1977년 안양에 홍수가 났을 때 인근 산의 흙과 함께 굴러 내려온 것. 사연을 알게 된 그의 머릿속엔 계곡에 흙이 쌓여 살 곳을 잃어버린 물고기가 떠올랐다. 영감을 얻은 그는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살 곳을 잃은 물고기를 뜻하는 금속 막대는 바위 위에 올려졌다. 살기 위해 스스로 물을 뿜어 호수를 만드는 물고기를 표현하고자 14개의 스프링클러도 달아 지금의 자리에 올렸다. 안양예술공원에는 이 작품을 포함, 국내외 작가들이 사연을 담아 만든 54점의 조형물이 시민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물고기의 눈물이 호수로 떨어지다’(작가 호노레 도·벨기에)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유원지가 도심 미술관으로=안양예술공원은 1950년대 관악산과 삼성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로 만든 안양유원지 수영장으로 문을 열었다. 60년대 들어서는 오락시설을 갖췄고, 안양 특산물인 포도·딸기를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유명세를 탔다. 보트·그네·전자오락실과 어린이용 놀이기구를 함께 갖춰 여름이면 하루 최대 8만 명의 나들이객이 찾았다. 하지만 80년대 들어 과천 서울대공원을 비롯해 수도권에 놀이공원과 동물원이 잇따라 생기자 안양유원지는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음식점이 무질서하게 들어서며 계곡물이 더러워져 환경 훼손도 심각했다.
독일에서 가져온 맥주박스로 만든 ‘빛의 집’(작가 볼프강 빈터 외 1명·독일) 안에서는 햇빛이 박스 구멍을 통해 갈라져 들어온다. [김형수 기자]
공원조성 작업을 총괄한 이영철 계원조형예술대 책임연구원은 “벨기에·포르투갈·일본 등 각 나라의 대표급 디자이너들을 직접 찾아가 작품을 의뢰하는 데만 3개월이 걸렸다”며 “낙후된 공원에 ‘예술’ 이미지를 불어넣는다는 취지에 유명 작가들이 공감해준 덕”이라고 말했다.
◆물길·산길 따라 걸으며 작품 감상=안양예술공원은 삼성산 계곡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작품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치돼 있다. 입구 앞 ‘1평 타워’(디디에르 피우자 파우스티노·포르투갈)에서 공원 뒤쪽 ‘신과 성신을 위한 의자’(올루 오퀴베·나이지리아)까지는 약 1.8㎞나 된다.
특히 삼성산 중턱에 있는 16.6m 높이의 안양전망대(Anyang Peak)는 공원 관람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네덜란드의 건축그룹 ‘엠비알디비(MVRDV)’가 세웠다. 포루투갈 작가 알바로 시자의 미술전시관, 핀란드의 여성 건축가 사미 린탈라의 ‘하늘 다락방’, 미국 작가 비토 아콘치의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은 건축과 학생들이 주로 찾는 관람코스다.
강철근 안양시 녹지공원과장은 “안양예술공원은 시민들이 직접 작품 위에 앉을 수 있고, 작품 안으로 들어가 놀 수 있는 참여형 공간”이라며 “관람만 할 수 있는 다른 지역의 ‘조각공원’과 달리 생생한 체험으로 예술을 접하게 해준다”고 소개했다.
모든 작품을 감상하는 데는 약 3시간이 걸린다. 10명 이상 단체관람을 신청하면 작품해설사가 함께 걸으며 작품과 작가에 얽힌 사연을 설명해준다. 빠른 관람을 원하는 방문객을 위한 ‘1시간 감상코스’도 마련돼 있다. 1시간 동안 25개 정도의 작품을 감상하고 공원 입구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문의는 안양시 녹지공원과 031-389-5550.
최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