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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발 ‘核바람’ 솔솔 북한 또 명절 증후군?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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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 17면

북한은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을 즐기던 남한 사회를 여러 차례 놀라게 했다. 주로 핵(核) 이슈로 도발할 때가 많았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사람들은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이번엔 무슨 돌발 상황이 일어날까’ 하고 지레 걱정했다. 명절 전후 북핵 문제는 국제사회 톱 이슈가 돼 왔다. 일종의 북핵 ‘명절 증후군’이다.

명절 증후군 사례는 적지 않다.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한 2005년 2월 10일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그해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6자회담은 추석 연휴 기간에 열렸다. 다행히도 ‘9·19 공동선언’ 합의가 도출돼 고조되던 북핵 위기의 불은 껐다. 2006년에는 심각했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자금 동결 문제에 불만이 쌓인 북한은 7월 5일 한꺼번에 7기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 시간으론 4일. 미국의 최대 축제일인 독립기념일이었다. 개천절이자 추석 연휴가 시작된 10월 3일 북한은 핵실험 계획을 발표했고 엿새 뒤 핵실험을 강행했다.

올해도 추석(14일)을 일주일 앞두고 분위기가 심상찮다. 미국 폭스뉴스 인터넷판은 5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영변 핵시설에 붙여 놓은 봉인을 제거한 것으로 나타나 핵 시설을 복구하고 있다는 새 증거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부터 핵 시설 불능화 작업을 꾸준히 진행했지만 미국의 테러 지원국 해제와 검증 합의서 채택이 미뤄지면서 상황은 위기 국면으로 반전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북한 외무성은 “불능화 작업을 중단하고, 영변 핵 시설의 원상복구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3일 핵 시설 불능화 작업 과정에서 창고에 보관해 둔 장비 일부를 핵 시설로 옮겼다.

향후 북한에 머물고 있는 미국 실무진과 IAEA 요원들을 추방할 가능성도 있다. 방사능 누출 위험을 아랑곳하지 않고 핵 재처리 시설을 복구할 것이란 관측부터 2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숙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등 한·미·중·일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5~6일 국면 타개를 위해 베이징에 모였다. 하지만 북측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9일은 북한 정부 수립기념일(9·9절)이고 다음달 9일은 북 핵실험 2주년이다. 미국은 11월 대선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차기 행정부와의 협상을 위해, 또는 임기 말 외교 성과에 목마른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북한이 위협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이번 주
●9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러시아·몽골 방문(14일까지) ●9일 한국·중남미 경제협력 포럼(서울 롯데호텔) ●10일 트라이안 버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 방한(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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