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지중해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 주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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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 20면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덴마크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해 이제 대외 에너지 의존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미국은 무엇을 했는가. 덴마크에 비하면 미국의 에너지 현실은 연민을 자아내게 한다.”(뉴욕 타임스 8월 11일자)

글로벌 '녹색 정책' 리더십

미국 유력 언론들이 워싱턴 정치권의 에너지 리더십 부재를 질타하는 기사나 칼럼을 심심치 않게 게재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정부의 리더십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필요하게 된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우선 고유가 현상은 석유자원이 궁극적으로 고갈된다는 점을 일깨워 줬다.

서구 입장에선 중동·러시아 등의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안보’를 확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선 화석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 신재생에너지가 지속 가능한 성장 혹은 신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1990년대 정보기술, 2000년대 바이오 기술, 나노 기술에 이어 성장을 주도할 잠재력이 큰 경제 부문으로 부상했다.

‘에너지 혁명’을 이끌 정부의 리더십이 절실해졌다. 유럽연합과 회원국 정부들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각종 타깃을 설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해선 핵무기를 개발한 ‘맨해튼 계획’, 인류를 달로 보낸 ‘아폴로 계획’과 같은 혁신적인 정부 주도 계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제를 국가보다 기업이 주도하는 미국에서 국가의 리더십을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에너지 분야에 1500억 달러 투입, 500만 일자리 창출’이라는 귀에 솔깃한 정책 대안 제시였다.

모든 혁명이 그렇듯 ‘에너지 혁명’에서는 창의성이 중시된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아이슬란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게이르 힐마르 호르데 총리 주도하에 신재생에너지(수력·지열발전)로 에너지 수요의 80%를 해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전기자동차 시대를 출범시키기 위해 충전소를 50만 곳 건설할 예정이다.

각 나라의 녹색 리더십도 정치 체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강국 1, 2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독일 마르부르크에서는 태양전지판 설치 의무화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설치를 권장하는 정도는 모르지만 의무화는 시민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최근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억제 등을 위한 법안을 마련했다. 보다 신속하고 강제적인 정책 집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독일 등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을 앞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중해국가연합 결성을 주도하고 사하라 사막에 태양열발전소를 건설해 유럽에 전기를 공급한다는 야심 찬 구상을 내놨다. 디리지즘(dirigisme·국가주도주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이기에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인지 모른다.

그러나 꼭 강한 리더십만이 ‘녹색성장’을 가능하게 하느냐는 데 대해선 의구심이 적지 않다. 미국은 자신의 저력을 보여주듯 최근 풍력발전에 의한 전력 생산에서 독일을 앞섰다. 1980년대에 국가 주도력이 강한 일본이 상대적으로 약한 미국을 앞설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간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그 이유는 미국의 사회와 기업이 강했기 때문이다.

급속한 기술 변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리더십의 유연성이 떨어지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코노미스트 6월 19일자는 예전에 각광받던 수소에너지나 연료전지 논의는 한물가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plug-in hybrid·일반 가정의 전기 콘센트에 연결해 배터리를 충전해 동력원의 일부로 사용하고 석유 연료도 함께 사용하는 자동차)에 그 자리를 내줬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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