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부부가 썼다 하면 불티 … 명품업체들 “제발 우리 상품 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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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라 브루니 프랑스 대통령 부인이 지난달 22일 달라이 라마로부터 받은 흰색 스카프를 두르고 프랑스 로케르동드에서 열린 티베트 불교사원 준공식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케르동드 AP=연합뉴스]

지난해 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알제리를 방문했다. 그는 알제리에서 원전 건설 등 여러 건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당시 계약 내용 못지않게 주목을 끈 것은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만년필이었다. 언론에 서명하는 손이 클로즈업되면서 프랑스 뒤퐁사의 만년필은 큰 홍보 효과를 봤다.

대통령 부인 카를라 브루니가 최근 이스라엘에 갔을 때 입었던 에르메스의 원피스도 화제가 됐다. 그의 패션은 어느 나라를 가든 최고의 관심거리다. 영국 방문 때도 그가 입었던 버버리·디오르 등 명품 브랜드가 주가를 크게 올렸다.

영화나 TV 드라마 등에서 볼 수 있는 PPL(간접 광고)이 프랑스 대통령 부부에게도 적용되고 있다고 프랑스 경제 월간지 카피탈이 보도했다. 변호사 출신 정치인의 상류층 분위기와 톱모델의 젊고 세련된 이미지가 결합하면서 영화배우, 스포츠 스타보다 더 큰 광고 효과를 내고 있다. 유럽 부유층에게 ‘따라 하기’ 심리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사르코지가 입는 양복·넥타이·시계·만년필이 광고보다 더 큰 효과를 내고 있으며 브루니가 들고 나온 가방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것이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명품 회사의 명암이 엇갈리기도 한다. 브루니가 결혼 후에 사르코지에게 선물한 파텍필립 시계가 대표적이다. 사르코지는 결혼 전에 주로 롤렉스 시계를 애용했다. 그러나 금으로 장식돼 번쩍거리는 사르코지의 롤렉스 시계는 좌파 언론과 정치인의 비난 표적이었다. 브루니는 이를 의식해 가죽 줄로 된 파텍필립을 선물했고 사치스러운 이미지는 누그러졌다. 롤렉스는 입방아에 오르다 교체됐지만 파텍필립은 고상하면서도 최고급 이미지를 얻었다. 그러나 가격으로 보면 현재 차는 파텍필립이 4만5000유로(약 7200만원)로 이전 것보다 더 고가품이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반지도 브루니 덕을 봤다. 2만8000유로(약 4500만원)나 하는 디오르의 반지를 브루니가 끼고 다니면서 러시아 부호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부부가 사는 엘리제궁도 예외가 아니다. 4월 삼성 TV가 엘리제궁에 들어간 게 알려지면서 삼성 제품의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한층 높아졌다는 게 현지 분석이다. 사르코지의 블랙베리와 브루니의 삼성 아르마니폰도 관심을 모았다. 이 때문에 프랑스 명품 업체들은 사르코지 부부에게 자사 제품을 그냥 제공하기도 한다. 루이뷔통이 사르코지의 공장 방문 때 네버풀 백을 선물한 것이 그 사례다. 프랑스 업체들은 사르코지 부부가 더 많은 자국 제품을 이용해 프랑스 명품 산업의 홍보대사가 돼주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명품 기업 회장들이 대부분 사르코지의 친구라서 더욱 그렇다. 카피탈지는 “전임 자크 시라크 대통령 역시 세계 2∼3위 명품 그룹 PPR과 매우 가까웠지만 시라크가 PPR 제품을 애용하지 않았던 것과 대비된다”고 전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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