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용천역 폭발 참사] 대규모 南생필품 北에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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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적십자사 직원이 27일 용천역 폭발사고 이재민에게 보낼 구호품을 포장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외국 남녀 모델의 사진으로 포장된 속옷, 머드 마사지 비누, 최고급 칫솔, 고무장갑….

대한적십자사가 29일 북한 용천 열차 폭발사고 이재민에게 보낼 구호품 세트(3000개)에 들어 있는 생활필수품들이다. 라면 박스 크기의 구호품 세트에는 수건.치약.칫솔.휴지.비누.팬티 외에 담요.운동복이 포장돼 차곡차곡 들어 있다. 적십자사가 수재민용으로 비축하던 것을 급히 보내기로 한 것이다. 적십자사는 컵라면.인스턴트 밥.통조림.설탕.위생용품 등 컨테이너 20개 분량의 구호물자도 함께 북측에 보낸다.

남한의 생필품이 대량으로 북한에 들어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지원은 쌀과 비료 등 몇몇 품목으로 한정됐다. 민간 구호단체가 기저귀.치약.칫솔 등을 북한에 보낸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고 양도 적었다.

이번 구호물자의 특징은 상표와 원산지 표시가 그대로 붙은 채 북한으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제품명이 영어인 것이 많고 사용설명서 등에는 외래어가 섞여 있다. 팬티의 경우 속옷 차림의 외국인 남녀 모델 사진이 붙어 있다.

대한적십자사 이종근 남북교류국장은 "지금까지 북한에 보내는 제품의 경우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국산 상표를 일부러 감추었으나 이번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그대로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의 고민은 구호품이 용천 현지에 늦게 전달된다는 데 있다. 당초 육로로 보낼 계획이었으나 북한의 반대로 해상 수송으로 바뀌었다.

이철재.박성우 기자<seajay@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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