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CoverStory] 내 인생의 한 방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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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배우 >> CF 대박 최다니엘 "연기밖에 난 몰라"

 “한 방이요? 음…. 흐흐 모르겠어요.” 스물두 살 배우 최다니엘. 6년 동안 무명생활을 하다 광고 한 편으로 떴다. ‘부장 싫으면 피하면 되고/못 참겠으면 그~만두면 되고’라는 노래가 나오는 한 통신사 CF가 그것. 알아서 그 얘기를 꺼낼 줄 알았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어떻게 보면 한 방이에요. 기회가 많아졌으니까요.”

그는 ‘되고송’ 광고를 찍기 직전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 고등학교 때부터 용돈을 벌었다. 커피전문점·편의점·주유소를 가리지 않았다. 이미 네이버·맥도날드 광고에서 얼굴을 알렸지만 우쭐댈 순 없는 ‘중고 신인’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극단에 들어간 뒤 2003년부터 광고·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연극에서 주연도 해보고 KBS 드라마 ‘황금사과’에도 캐스팅됐다. 케이블 채널에서 VJ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려한 경력에 똑같은 생활, 한 번에 스타가 되기 힘들다는 건 이미 깨달았다. 낮에는 오디션, 밤에는 아르바이트로 일상을 이어갔다. 주변에 인맥이 없어 대형기획사를 어떻게 소개받는지도 몰랐다. 같은 길을 걷던 친구도 하나둘씩 회사원이 돼 갔다. 하지만 불안하지 않았다. ‘난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 그뿐이었다. 대학(청운대 방송연기학)도 ‘별 도움이 안 돼’ 휴학했다.

그러다 기회가 찾아왔다. 네이버 광고(‘세상은 자란다2’)의 감독을 만나게 된 것이다. ‘생각대로 T’를 찍은 조원석씨가 당시 감독이었다. 0.2초 나오는 장면을 위해 운동장 40바퀴를 군말 없이 뛰고 또 뛰는 모습이 눈에 들었단다.

‘되고송 광고에 나온 그 회사원이 누군가요’라는 질문이 지식 검색에 오를 때쯤 또 하나의 행운이 이어졌다. 노희경 작가-표민수 PD 드라마라는 이유만으로도 화제가 되는 작품(‘그들이 사는 세상’)에 캐스팅된 것. 게다가 얼마 전엔 휴대전화 광고까지 찍었다. 그런데 숨을 고른다. ‘보여줄 게 없어서’ 예능 프로는 거절하고, 소극장 연극은 불러주면 언제든 환영이다. “또 한 방이 있겠죠?” 물으니 “주연도 했다 조연도 했다, 그저 ‘연기’만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느긋하게 대꾸한다.

‘용돈 필요하면 알바하면 되고, 섭외 안 되면 기다리면 되고, 이대로 뜨면 더 잘하면 되고…’. 그의 인생이 ‘되고송’ 같았다.

글=이도은·이영희 기자,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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