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총재 "16代선 내각제 가능" 발언 해석 분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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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 국민회의총재가 18일 『15대 국회는 내각제개헌을 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金총재는 그러면서 『현재 우리 헌법은 내각제 형태로 활용해도무방할 정도로 혼합정체』라며 『야권 공조에서도 이를 활용하면(내년 대통령선거 이후) 거국.연립내각 형태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야권이 대통령선거에서 연대한다면 이원 집정제적 운영을 조건으로 하자는 뜻이다.
이것은 김종필(金鍾泌) 자민련총재의 생각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김종필총재는 15대 국회 전반기에 개헌이 어렵다면 후반기에는 내각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때문에 개원을 둘러싼 두 야당간의 공조체제마저 균열이 생길 것이란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내각제 개헌은 두 야당의 연대를 내년 대통령선거까지 이어가는데 결정적인 변수이기 때문이다. 김종필총재는 19일 『내각제는 국민에게 이제 겨우 운을 떼는 단계』라고 말했다.김대중총재가 내각제에 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니 결정적인게 아니란 생각인 듯하다.그러면서도 『야권 공조와 내각제는 별개문제』라고 말해 내각제 문 제와 관련해 야권 공조와 다른 행보를 할 수 있다는 뜻도 비쳤다.
자민련 당직자들은 의외로 김대중총재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한영수(韓英洙)의원은 『시점과 관련없이 내각제를 하겠다는 발언이므로 진일보한 것』이라고 해석했다.이긍규(李肯珪)의원도 『지금 김대중총재가 성큼 내각제를 하겠다고 말 하는 것은 무리 아니냐』며 이런 해석에 동조했다.
김대중총재가 『국민이 원한다면 16대 국회에서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부분을 주목한 것이다.
입장 전환을 할 때 갑자기 바꾸지 못하고 조금씩 돌아가는 김대중총재 특유의 화법을 의식한 것이다.
국민회의 의원들조차 金총재 발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상당수는 그런 조건으로 김종필총재가 김대중총재 손을 들어줄지 의심하고 있다.김종필총재는 이미 3당 합당에서 정치적 약속의 공허함을 체험했고,김대중총재에 대해 특별히 신뢰가 깊 은 것도 아니다.지지자들의 감정도 분명한 약속이 아니면 받아들이기 어려운상황이다.김영환(金榮煥)기조실장은 사견(私見)임을 전제로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양보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제를주장하다 곧바로 내각제를 주장할 수 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내각제를 받아들이더라도 성급하게 꺼내놓으면 김종필총재를 묶어놓을 수단이 없어지게 된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물론 국민회의내에 대통령제 고수,즉 2004년까지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없는 건 아니다.김대중총재로서는 일단 화두(話頭)를 던져놓고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개원 이후 자민련과 연대를 계속할 수단을 강구해온 국민회의로서는 일단 김종필총재에게 미끼를 던져놓은 셈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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