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여행>심포닉 로이드 웨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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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흔히 거대자본이 투입되는 대중문화라면 할리우드 영화를 떠올린다.그러나 뮤지컬의 귀재 앤드루 로이드 웨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스필버그 사단을 주눅들게 하는 가공할만한 규모와 흥행성.
이런 카리스마가 끊임없이 새로운 흥분을 이끌어내야 하는 뮤지컬의 긴박감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듯 싶기도 하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캐츠』『에비타』『오페라의 유령』….장대한 무대장치와 멋스런 의상으로 치장한 뮤지컬을 한번쯤구경한 사람이라면 전율을 감추기 어려울 것이다.『심포닉 로이드웨버』.바로 그런 가슴떨림을 체험한 청중들을 위한 크로스오버 앨범이다.
빌보드 크로스오버 차트에 꾸준히 얼굴을 내미는 게 로이드 웨버 뮤지컬의 「관현악 편곡메뉴」 음반이다.『심포닉 탱고』로 성가높은 에토레 스트라타의 로열필하모닉 음반(텔덱)과 최근 선보인 에리히 쿤젤의 신시내티 팝스 음반(텔락)등이 대표주자격인데,이중 앤서니 잉글리스의 런던심포니 음반은 영국 혈통인 로이드웨버의 감수성에 가장 정직하게 접근해 있다.
뮤지컬에서 가장 맛깔스런 부분은 물론 주인공이 부르는 독창곡.「그를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로 록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유명해졌다면 『오페라의 유령』을 절절하게 만든것은 「당신에게 바라는 모든 것」이란 사랑스런 이중창이었다.
런던심포니의 연주가 다른 음반과 구별되는 점은 단연 풍성한 현의 울림에 있다.여기에 견줘 에리히 쿤젤의 해석은 할리우드 액션영화처럼 변화무쌍하다.
이를테면 『에비타』의 「나를 위해 울지말아요,아르헨티나」에서의도적으로 라벨의 『볼레로』 선율을 흉내내는 등 재기가 넘친다.그러나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운치있는 것.그것은 다름아닌 RCA빅터의 음반이다.
(음반평론가) 서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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