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 오초아 “LPGA 영어 정책 과격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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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선수들을 대상으로 영어 시험을 보도록 하겠다는 미국 LPGA 투어의 정책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언론은 물론 선수들의 거센 반발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여자 골프 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사진)는 3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자선행사에서 “선수들은 경기력으로 판단되는 것이 더 좋다”며 “(LPGA가 영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 출전 정지를 시키겠다는 정책은) 과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PGA 투어의 베테랑인 로리 케인(캐나다)도 “내가 일본에서 경기할 때는 일본어를 쓰지 않았다”며 LPGA 투어의 정책을 비판했다. 이에 앞서 최경주와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등 남자 선수들도 강도 높게 LPGA를 비난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정책에 수긍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는 그룹은 영어 시험의 타깃인 한국 여자 선수들뿐이다. 박세리는 “출전 정지보다는 벌금을 매기는 게 더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스턴 글로브가 ‘LPGA가 코스 바깥으로 OB를 냈다(out of bounds)’고 조롱하는 등 미국 언론도 LPGA 투어에 대한 비난 일색이다. 인종·성별·종교 등에 따라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미국의 정신, 누구나 실력만 있다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스포츠 정신을 동시에 짓밟았기 때문에 비난 수위는 매우 높다.

“실력이 아니라 프로암 고객을 위한 것이라면 언어뿐 아니라 외모도 중요한데 얼굴 못생긴 선수는 뛰지 못하게 할 것인가” “중국·인도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LPGA가 선수들에게 중국어와 힌두어 시험도 볼 것이냐”는 등 LPGA의 논리는 조목조목 반박되는 형국이다.

“선수가 좋은 스폰서를 잡게 하기 위해서”라는 LPGA의 논리도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한국 선수를 견제하려는 정책이 명확하다는 게 미국 언론의 반응이다.

LPGA 투어는 “공식적으로 정책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며 발을 빼는 모습이다. 만일 영어 시험을 강행한다고 해도 실제로 제재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출전 정지를 받은 선수가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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