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전면개방의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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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웅배(羅雄培)경제부총리는 3~4년내 모든 금융산업에 대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도 여전히 은행의 주인있는 경영주체 확립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아직도 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의 자율적 성장 요체가 무엇인 지에 관한 정부자세의 구태의연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羅부총리가 제시한 경영권지배와 관계없는 대주주,즉 4~5%의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의한 공동소유방식은 현재방식과 다른점이 거의 없다.지배구조의 모호성을 근거로 여전히 정부가 은행경영과 인사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나 진배없다.그 런 상황에서 은행경영의 자율성 보장과 책임경영을 강조하면서 경영의 투명성제고를 언급하는 것은 어딘가 앞뒤가 뒤바뀐 인상이다.기본적으로 은행의 경영주체가 분명히 민간에게 있다면 경영이 잘못될 경우 다른 기업에 인수되거나 경영층이 물러 나거나 하는 일은 시장에서결정될 일이다.정부가 경영책임을 묻거나 여신의 투명성 제고방안을 강구할 일인지 의문이다.
羅부총리가 언급한 3~4년내 전면개방이라는 것은 아마도 올해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게 되면 단계적으로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이같은 대외적인 요인도 물론 중요한 변수지만 국내적인 필요성도 이 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우리 은행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주인을 찾아주는 방법밖에없다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금융학회에서 논의된 합병의 전제조건이나 합병시나리오 등도 은행의 경영주체가 분명해야 의미가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은행합병을 통한 대형화의 전제조 건으로 정리해고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벌써 합병논의가 실제적인 가능성으로 다가왔음을 실감나게 한다.
문제는 정부가 아직도 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확실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는데 있다.외국인에게 은행진입을 전면 허용하겠다면서 국내 대기업에는 제한을 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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