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拉北화가 임군홍 예술세계 再조명-갤러리 도올서 전시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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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930년대 한국 화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펴며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전개하다 6.25때 납북된 서양화가 임군홍(林群鴻.생존시 84세)화백을 재조명하는 전시회가 19일부터 갤러리 도올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林화백은 12년 서울의 한 무관(武官)집안에서 태어나 가정형편 때문에 보통학교를 마치고 치과병원에서 일하며 그림공부를 한자수성가형 서양화가.
당시 대부분의 양화가들이 유력한 집안의 자제들로 일본등지의 미술학교에서 수학한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그는 경성양화연구소라는사설미술강습소를 다니며 독학하다시피한 점에서도 관심을 끄는 작가. 19세때인 31년 제10회 선전(鮮展)에 『봄의 스케치』라는 제목의 유화로 입선,등단한 그는 같은 해 새로 창설된 「조선 앙데팡당전람회」에 배렴(裵濂).청전(靑田) 이상범(李象範)등 후에 한국화단을 이끄는 작가들과 함께 출품하며 화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봄의 스케치』는 냇물 위에 시멘트 다리가 걸려있는 풍경을 비교적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
36년 제16회 선전에는 본명과 예명 정미로 출품한 『소녀상』과 『모델』등 두 인물작품이 동시에 입선돼 선전과는 남다른 인연을 맺으며 화가로서 자리를 잡았다.
林화백은 일본유학생 중심으로 국내 미술계가 움직이는데 자극받아 국내에서 공부한 신예화가들이 36년 결성한 동인 「녹과전(綠果展)」을 주 활동무대로 한다.
38년 화신백화점 화랑에서 열린 세번째 동인전은 당시 한국서양화단의 거목이었던 구본웅(具本雄)화백이 『녹과전이 내포한 발랄한 패기.저력.약동적 정신이 앞날의 우리 화단에 활력소가 아닐 수 없다.
임군홍의 「추광(秋光)」등 풍경에서 느끼는 화경(畵境)의 아름다움은 얼마나 컸던가』라는 신문평을 쓸 만큼 화단에 영향을 준 것이 「녹과전」이었다.
38년 서울에서 한차례 개인전을 가진 그는 이듬해인 27세때중국 여행중 만주에 정착해 중국의 풍광,특히 베이징(北京) 쯔진청(紫禁城)을 여러점의 화폭에 담았으며 일제하 만주국의 수도였던 신징(新京)에서 김혜일과 2인전을 갖는등 활발한 활동을 폈다. 한국근대미술사 재조명작업의 일환으로 林화백의 작품을 발굴,지난 84년 처음 공개한 윤범모(尹範模)경원대교수는 『풍경과 인물을 사실적으로 묘사,아카데미즘의 냄새를 강하게 띤 작품으로 식민지시대의 상황을 조형언어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 에서 주목된다』고 평한다.
6.25때 서울 명륜동 자택에서 그리다 만 작품을 이젤에 걸어놓은채 납북된 그는 풍경과 인물등 1백여점을 남기고 있는데 12년만에 다시 열리는 이번 「임군홍전」에는 차남 덕진(德鎭.
상업)씨가 보관중인 작품중 지난 전시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유화소품을 중심으로 50여점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특히 최근 그가 북한에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는 때여서 분단과 식민지시대의 아픔을 되돌아보게 해주고 있다.7월2일까지.(02)739-1406.
김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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