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모양일까”… 도형 응용력 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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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대전과학고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종이접기를 하면서 등분과 각을 이용한 도형이론을 배우고 있다. [대전=이찬원 기자]

“아이가 수학의 도형을 어려워하면 종이접기를 함께 해보세요.”

종이접기는 평면·입체 도형의 특성을 배우는 기하학 공부에 도움이 된다. 종이로 복주머니·고깔모자·반짇고리를 만드는 놀이는 아이의 지각력을 높여준다.

과학캠프에서 ‘종이접기 수학’을 가르쳐 온 이준희 대전과학고 교사에게 종이접기로 수학 실력을 높이는 법에 대해 들었다.

◆종이접기로 배우는 공간지각력=초등 5학년~중 2학년 수학에선 다각형, 다면체 같은 평면도형과 입체도형에 대해 배운다. 평면도형을 구성하고 있는 선분·각·꼭짓점을 이해하면 평면도형으로 이뤄진 입체도형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이때 입체도형을 다각적으로 바라보는 상상력과 분석력이 필요하다. 입체도형을 계산하려면 평면도형을 머리에서 분해·조립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을 생활에서 쉽게 기르는 방법이 종이접기다.

이 교사는 “종이에 그려진 육면체를 단순히 보는 것과 직접 만드는 것은 다르다”며 “종이접기를 해보면 사각형이 아니라 다른 모양의 도형으로 육면체를 만들 수 있다는 응용 감각을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정사각형 종이로 다면체를 만들 때 종이를 접는 여러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이때 면과 각의 등분·변의 길이·닮은 꼴·대칭·무게 중심·꼭짓점·분수 등 수학지식을 종합적으로 배운다는 설명이다.

◆생활에 응용하면 학습효과 높아져=이 교사는 “종이접기 수학을 생활 속 사물과 비교·적용하며 공부하면 학습효과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초등 저학년 때는 주변 사물과 다양한 도형을 연결지으며 평면도형을 만든다.

예를 들어 삼각형을 접어 산을, 삼각형과 사각형으로 집의 모양을, 삼각형의 한 끝을 접어 새를 표현해 보는 것이다. 사물의 모양을 단순화시켜 그 속에서 특정 도형이 반복되는 규칙을 발견하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

헌 동화책에 그림 모양에 따라 종이를 오려붙이는 활동도 권할 만하다. 어린이의 눈과 손 운동을 활성화하고 근육의 정밀한 움직임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 좋다. 이때는 완성품을 만들기보다 기본적인 접기 방식을 익히면서 분류·규칙·측정·공간·길이·각에 대한 개념을 배워본다.

이 교사는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은 종이접기로 과학적 탐구심을 기를 수 있다”며 “바닷가에서 방파제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정사면체 모양의 ‘테트라포드’를 만들어 볼 것”을 권했다. 그는 “자녀에게 사물이 갖고 있는 외형-특징-기능 순으로 설명해 주면서 사물의 역할과 모양 간의 연관성을 이해시켜 주면 좋다”고 덧붙였다.

테트라포드는 정사면체의 무게중심과 각 꼭짓점이 4개의 선분으로 연결돼 있다. 이 중 3개의 선분이 사진기의 삼각대처럼 땅에 닿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아래를 향하게 돼 잘 구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테트라포드가 파도나 해일을 막는 데 가장 안정적인 형태라고 설명해주면 좋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왜 이런 모양일까?’ 생각하면서 도형 이론의 응용력을 기르게 된다”며 “이런 사고 과정이 논리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대전=박정식 기자, 이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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