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애매모호한 투명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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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증권감독원장의 수뢰사건후 재정경제원은 증권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제도 개선을 위해 실제로 고심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러나 재경원이 말하는 투명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법과 규정,그리고 그 운용이 온통 「오야 맘대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업공개에는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절차가 있다.증권관리위원회(증관위)에 등록을 하고 회사정관의 정비,외부감사인에의한 감사,주간사회사의 선정,우리사주조합의 결성등 준비과정을 일단 거쳐야 한다.
본절차에 들어가 우선 이사회 결의를 얻은 후 공개업무를 대행하는 증권사의 주간사계획서가 증권감독원(증감원)에서 수리되면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등 분석을 통해 발행가격을 결정하고 최종적으로 증권관리위원회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두가지 중요한 규정이 「유가증권 인수업무 규정」과 「유가증권 신고 규정」이다.
「신고규정」은 증권거래법에 근거,공개에 따른 마지막 신고사항을 정하고 있는데 24개조와 부칙으로 구성돼 있다.이 간단한 규정에도 「공익 또는 투자자보호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라는 표현이 다섯번이나 나온다.공익은 무엇이고 투자 자보호는 또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진짜 문제되는 것은 「인수규정」이다.이 규정은 증권회사가 공개를 대행할때 밟아야 할 절차를 정하고 있는데 인수대상주식의 요건과 인수물량을 조정하는 근거 등 중요한 항목들이 망라돼 있다.공모가격의 결정기준도 이 규정의 제1 9조에 근거하고 있다.그런데 제15조를 보면 『공익 또는 투자자보호를 위해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기업공개의 시기나 규모등을 조정할것을 권고할 수 있다』고 공개물량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이 경우 물량조정은 당연히 증관위나 증감원의 소관사항이다.
현재 분기별로 총량은 재경원에서 챙기고 공개할 기업은 증감원에서 결정하고 있는데 어느 쪽도 앞서 언급한 조항의 존재에 대해선 깜깜이다.그러면 재경원은 무슨 근거로 총량을 결정하는가.
『법적 근거는 없다』는 것이 재■원 당국자의 말이 다.근거가 없다면 그만둘 일이 아닌가.그래서 그는 『재경원의 증시에 대한포괄적인 책임 또는 증관위의 포괄적인 명령권에 근거한다』고 덧붙인다.그 모호한 「포괄적」이란 단어가 튀어 나온 것이다.
여하튼 전자라면 권한의 남용이고 후자라면 월권이다.결국 예산권.인사권을 쥐고 있는 재경원의 횡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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