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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 출동에 안전조치 없어-수도권 한밤 가스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이러다가 언제 또 대형 폭발사고가 나는게 아닙니까.』 8일새벽의 동시다발적인 도시가스 대량 누출사고가 또다시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특히 관리회사인 대한도시가스측이 늑장 출동한데다 이날 사고가단순한 가스분출이며 화재.폭발등 안전사고의 위험은 전혀 없었다고 변명하자 『시민을 우롱하지 말라』는 비난전화가 언론사로 빗발쳤다. 또 사고현장에 먼저 출동한 경찰과 소방관들은 기본적인안전조치도 취하지 못한채 도시가스회사 직원들이 올 때까지 30여분동안 사고부근 접근만 통제할 뿐 속수무책이어서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서울서초구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서 가스누출 사실을처음 발견한 삼풍참사유가족대책회의 관계자들은 붕괴사고가 난지 1년도 되기 전에 똑같은 장소에서 가스누출 사고까지 발생하자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같다』며 몸서리를 쳤다.
대책회의 심영규(沈迎逵.35)부위원장은 『29일 있을 1주기추모행사 준비를 하던 8일 0시20분쯤 「쏴」하는 소리와 함께가스냄새가 심하게 났다』며『지나던 자동차에서 스파크가 날까봐 백화점앞 도로를 차단했는데 3백여 떨어진 서초 역 근처에까지 가스 새는 소리와 가스냄새가 났다』며 사고순간을 상기했다.
삼풍아파트 주민들은 『가스누출 사고가 났는데도 경보조차 없었다』며『평소에도 근처에서 가스냄새가 나는데도 도시가스 회사에서는 「지하에 고인 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원래 냄새가 좀 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불안해했다.
서대문구홍제동 딸집으로 긴급 피신했던 송파구오륜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주민 姜정숙(53.주부)씨는 『가스 새는 소리가 마치폭포소리처럼 들려 곧 가스폭발.아파트 붕괴로 이어지는 것 같아공포에 떨었다』며『가스 누출뒤 두시간만에 나왔 던 대피 방송만믿었다면 최악의 경우 최소 수백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분노했다.
심야 가스누출사고로 1백여명이 잠옷바람으로 뛰쳐나오는 소동을겪었던 성남시중원구하대원동 주민들은 복구반이 철수한 뒤에도 폭발사고를 우려, 한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한채 불안해했다.
강남 일대에 가스공급을 담당하는 ㈜대한도시가스측은 전임직원이매달려 수습에 나섰지만 사고 발생 하루가 다되도록 원인규명조차하지 못하고 있다.
강갑생.김현승.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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