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건강백과><기고>전자파 체계적연구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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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전자파의 인체에 대한 영향은 과학적으로 규명하기가 힘들다.환경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인체에 대한 장기 추적조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사의 어려움 때문에 전자파의 위해를 경시하는 데는문제가 있다.대체로 이같은 주장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이나 전력회사로부터 나온다.
예컨대 90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전자파를 B급 암유발인자로 발표했으나 외부압력에 의해 번복했으며,지난해 연구가 끝난 「전자파와 암 보고서」도 국립전기제조업협회(NEMA)의 압력으로 발표가 무기한 연기됐다.그러나 비공식적으 로 입수된 보고서에서는『전자파와 암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 연구결과는 그동안의 유해논쟁에 종지부를 찍기에 충분하다. 스웨덴과 덴마크의 공동연구진은 지난해 11월「유럽 암 저널」에 5mG이상의 자계에 노출된 아동들의 백혈병 유병률이 다섯배나 됐으며,임파암 및 뇌암은 네배나 증가했다는 내용의 논문을게재했다.
또 미국 방사선보호위원회는 영국의 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에「아주 낮은 전자파라도 인체의 수면 사이클을 조절하고 심장병.
파킨스씨병과 관련된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방해할 수 있다」고밝혔다. 장기적인 역학조사는 주로 전기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94년 발표된 캐나다와 프랑스 전기기술자에 대한 연구를 꼽을 수 있다.22만명의 전기기술자중 4천1백51명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누적 자계 노출량이 31mG이상인 사람의 급성 골수성백혈병 유발률이3배 이상 높다는 것이었다.또 최대 자계노출군에서 뇌암과 폐암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보급이 늘고있는 핸드폰의 경우도 스웨덴과 영국등에서 고막 통증및 편두통,어지러움 등이 보고되고 있다.
이같은 연구를 바탕으로 정부의 규제도 적극성을 띠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지국 안테나를 지상에서 30이상인 곳에 설치해전자파를 최소화하고,주위에 철책을 둘러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고있다.또 캘리포니아 전력위원회는 한발 더나아가 학교및 병원주위에 기지국을 설치하지 말도록 촉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에대한 논란조차 없는 실정이다.현재 기지국 송신출력이 1백와트인경우 안테나 반경 6 이내에선 인체에 해를 주는 전자파가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4월 보건복지부는「가급적 전자파에 대한 노출을 삼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그러나 아직 송전선 주변에 대한 역학조사나가정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연구와 대책이 없어 아쉽다.
김덕원 연세대 의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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