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디지털 음악 맘껏 즐겨라” … ‘DRM 프리’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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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동통신 3사가 최근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 프리’ 상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멜론(SK텔레콤)·도시락(KTF)·뮤직온(LG텔레콤) 등 음악 서비스 사이트를 통해서다. 이로써 국내 음악 시장에도 DRM 프리 시대가 활짝 열렸다. DRM은 디지털 콘텐트의 불법복제를 막아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이 DRM이 적용된 음원은 미리 지정한 단말기에서만 재생된다. 예를 들어 멜론에서 DRM 음원을 구입하면 SK텔레콤 휴대전화 단말기에서만 재생이 되는 식이다. 프리 상품은 이런 제약을 없앤 서비스다. 다운로드한 음악을 영구 보관할 수도 있다.

이통사들이 이처럼 DRM 관련 정책을 바꾼 것은 디지털 음악 시장이 지난해 7월을 정점( 유료 이용자 250만 명)으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말 현재 이용자는 200만 명으로 20%나 감소했다. 이동통신 이용자들이 돈을 내고 합법적으로 내려받은 음악을 DRM으로 인해 다른 단말기로 옮길 수 없는 등 이용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부주의로 자신이 가진 단말기에서 재생 불가능한 음원을 내려받아도 환불받을 길이 없었다.

반면 불법으로 온라인에서 내려받은 음악은 어떤 MP3 플레이어에서도 재생이 가능하고, 사용 기한이 없으며, CD나 이동식 메모리에 저장하는 것도 가능해 오히려 편했다. 이로 인해 유료 음악 이용자들이 불법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로 몰려가자 위기의식을 느낀 이통사와 음악 저작권자들이 DRM 프리 상품을 내놓게 된 것이다.

이통 3사는 모두 월 5000원에 40곡, 월 9000원에 150곡을 내려받을 수 있는 DRM 프리 정액 상품을 출시했다. 멜론과 뮤직온의 경우 두 상품에 각각 2000원을 추가하면 다운로드뿐 아니라 스트리밍(인터넷에서 음악을 실시간 재생하는 것)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이들 회사는 월 4500원에 무제한 다운로드·스트리밍이 가능한 기존의 DRM 지원 상품도 그대로 판매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윤지환 과장은 “DRM 상품은 가격이 싸기 때문에 찾는 이가 아직 많다”고 말했다.

DRM 프리 상품의 등장으로 음원 활용도가 높아졌지만 아직 문제는 있다. 휴대전화 단말기의 경우 자체에 DRM 장치가 걸려 있어 다른 이통사 음악 서비스에서 내려받은 음원을 재생하려면 별도의 변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자신이 가입한 이통사 음악 서비스의 DRM 프리 상품을 내려받았더라도 휴대전화에서 이를 재생하려면 다시 DRM을 넣어야만 한다.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지만 이통 3사는 아직 DRM 프리 단말기를 출시할 계획이 없다. KTF 이현덕 차장은 “아직 기존의 DRM 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아 단말기에서 DRM을 당장 해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통사들이 DRM 프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여타 음악 서비스 전문업체들도 상품을 다양화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소리바다는 최근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추가한 새 DRM 프리 다운로드 상품 을 내놨다. 벅스·엠넷·뮤즈 등도 월 이용료로 5000원(40곡)과 9000원(150곡)을 내는 DRM 프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벅스는 1000원, 엠넷은 3000원을 추가하면 무제한 스트리밍도 가능하다. 

이나리 기자, 장수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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