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市 직원 아이디어 하나로 ‘섬 스테이’ 브랜드 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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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 무의도는 올여름 휴가 인파로 북적댔다. 황금 연휴였던 지난 15, 16일에는 인천국제공항 톨게이트에서부터 무의도로 연결되는 선착장까지 9.5㎞의 도로가 섬을 찾는 피서객들로 주차장이 됐다. 섬 안에는 차들이 가득 차서 더 이상 방문객을 받지 못할 지경이었다. 펜션과 민박집은 물론 해수욕장에 설치된 방갈로 160개도 모두 빈 자리가 없었다.

무의도의 까치놀 섬마을 통장 이기준(45)씨는 휴가철에 하루 평균 200여 통의 문의전화를 받았다. “쉴 새 없이 걸려오는 문의전화 때문에 휴대전화 배터리가 오전을 못 넘겼어요. 전화를 받는 여직원 3명을 따로 둬야 할 상황이었다니까요.” 경기 불황으로 섬을 찾는 관광객이 줄 것이라던 우려와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장봉도 등 주변 섬도 무의도와 다르지 않았다. 장봉도 주민 현경숙(54)씨는 “휴가 온 가족들이 저녁 시간에 향토음식·해물전 등을 함께 만들어 먹을 수 있게 준비했는데 호응이 아주 많았다”고 말했다. 도로로 연결된 강화도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새 관광 브랜드 ‘섬 스테이(stay)’의 위력이다. ‘섬 스테이’는 인천 연안의 작은 섬마을 7개를 하나로 묶어 농·어촌의 생활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상품이다. 인천시 산하의 인천관광공사 마케팅기획팀 정소연(30사진) 주임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지난 5월 농·어촌 체험마을, 팜스테이 마을 등 갖가지 이름으로 산재돼 있는 섬마을들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차별화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인천관광공사는 일간지와 잡지·인터넷 등을 통해 ‘섬 스테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경기 침체와 유가 등 물가 상승으로 수도권 지역 주민들이 해외보다는 국내로, 원거리보다는 근거리로 휴가를 떠날 것이란 예상은 적중했다.
장봉도와 신도의 경우 올 휴가철 두 달 동안 섬을 방문한 관광객이 4만8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증가했다. 주민이 50여 명밖에 없는 세어도는 특별한 관광상품이 없었던 지난해 방문객이 10명에 그쳤으나, 올해는 ‘섬 스테이’에 힘입어 650명이 섬을 찾았다.

주민들의 ‘땀’도 보태졌다. 까치놀 섬마을 이기준 통장은 무전기를 이용해 관광객의 불편사항을 실시간으로 점검한다. “73번 민박집에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식의 보고를 받으면 무전기로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즉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밀물이 들어오는 시간엔 일반 관광객이 해병대 캠프의 지원을 받아 래프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들은 조개 껍데기를 이용해 화분을 만드는 공예체험, 섬 안에서 재배되는 농작물과 꽃, 곤충, 어패류 등을 학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새로 개발해 섬만이 갖는 낭만적 매력을 부각시켰다. 인하대 안광호(경영학부) 교수는 “외진 어촌마을이 신흥 관광단지로 탈바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무의도(인천)=양진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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