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엔지니어로 전담팀 만들어 기술 노하우 전수

한화석유화학은 올 상반기 1조5293억원의 매출과 140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사상 최고 실적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매출 3조원 달성도 기대할 만하다. 쾌조의 실적과 함께 ‘상생(相生) 경영’도 이 회사의 자랑거리다. 26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주재한 ‘제1차 한화가족(협력사) 상생협력회의’에서 이 회사가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혔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든 한화 측이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이날 행사에서 김 회장은 협력회사의 어려움과 요청사항을 듣고 즉석에서 지원이 가능한지 따졌다.

‘협력 업체와 相生’ 팔 걷어붙인 허원준 한화석유화학 사장

정부도 ‘상생 경영’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인이 대거 포함된 8·15 특별사면을 앞두고 1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사면을 계기로 대기업들이 보다 공격적 경영에 나서 투자를 늘리고, 중소기업들과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로 상생 협력해 달라”고 말했다. 김 회장도 이번에 사면됐다.

한화그룹은 2011년까지 ▶총 11조원을 투자하고 ▶1만8000명을 채용하며 ▶사회공헌 예산 930억원을 편성하겠다고 26일 발표했다. 중소 협력업체가 자금난에 빠지지 않도록 구매대금의 90%를 현금 결제하고, 중소업체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및 마케팅·인력 등을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화그룹의 대표 제조기업인 한화석유화학의 허원준(62·사진) 사장을 만나 ‘상생 경영’ 얘기를 들어봤다. 허 사장은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고객 못 살면 우리도 못 산다

-요즘 상생 경영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
“한화석유화학의 고객은 대부분 중소 가공업체다. 이들 기업과 애로사항을 함께 고민하고 풀어 나가야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 요즘 플라스틱 업계가 어렵다. 소규모 영세업체가 난립한 데다 중국산 저가 제품 수입이 늘면서 공급 과잉 상태다. 고유가 탓에 원료비용이 늘었지만 이를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새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가공업체와의 공동 연구·마케팅이 절실한 시점이다.”

-경영에 부담이 되지는 않나.
“상생 경영은 단순히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하는 게 아니다. 고객이 살지 못하면 우리도 못 산다. 우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유화업계 M&A 연내 가시화 힘들어

-어떤 식으로 하고 있나.
“협력업체에 거래물량을 보장해 주거나 현금거래를 늘려 주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협력업체가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06년부터 10년 이상 경력의 엔지니어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BPS(베스트 파트너스)팀을 만들어 기술 노하우를 협력회사에 전수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 기술, 설비관리 기술, 품질 경영 관련 실무 지식과 경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유화업계에 구조조정이 필요하지 않나.
“(업체 간 입수합병)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연내 가시화되기는 힘들 것이다. 독과점 규제도 걸림돌 중의 하나다.”

-직원들에게 ‘오너나 최고경영자(CEO)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강조한다고 들었다.
“그래야 더 크게 볼 수 있다. 힘들수록 열정과 열의를 갖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올해로 직장 생활 40년째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외환위기 때다.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아크릴수지·폴리우레탄 사업 등을 매각해야 했다(당시 그는 이 회사 기획담당 상무와 그룹 제조업 구조조정 태스크포스 팀장이었다).”

-올해 초 금연 캠페인에 이어 7월엔 절주 선포식을 했는데.
“사내 술자리에서는 거의 지켜지고 있다고 본다. 건강해야 열정이 나오는 만큼 음주량을 좀 줄여보자는 취지다.”

이 회사는 술자리 ‘3행3불(三行三不)’ 캠페인을 하고 있다. 3행은 ▶1차로 끝내기
▶2시간 이내 마무리하기 ▶절주 다짐 외치기이고, 3불은 ▶원샷 안 하기 ▶폭탄주 금지 ▶잔 돌리지 않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