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성장 전제한 정책개발 필수-21세기 환경모범국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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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환경부는 4일 내년 유엔주최 세계환경의 날 행사를 국내에 유치하겠다고 국무회의에 보고했다.92년 브라질 리우 유엔환경회의5주년인 내년 행사를 유치함으로써 지난3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밝힌 『21세기 환경모범국가를 만들겠다』는 환경복지구상을뒷받침할 계획이다.
사실 지난번 「환경대통령」의 선언에서 국가정책을 개발 일변도에서 환경을 우선하는 쪽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밝혀져 환영받았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가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하수처리율을 몇% 높이고 대기오염물질을 몇 줄이는 것이 진정한 환경모범국가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선진국 문턱에 막 들어서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맏형」인 한국이 건전한 환경과 지속가능한 개발의 실제 사례를 보여 주는 역할로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많은 인구와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는 중국.인도등 개발도상국의모범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년 1천4백만명씩 인구가 늘어나고 경제도 지금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은 경작지가 감소,21세기에는 중국에 식량.에너지를 대느라 전세계가 휘청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2030년 중국은 93년 세계 전체 곡물수출량 2억의 두배 가까운 3억7천만의 곡물이 부족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얼마전 발표된 우리 정부의 2020년 장기 경제개발 구상도 좁은 국토,많은 인구,부족한 자원이라는 세가지 악조건을 갖춘 우리의 환경수용능력을 짚어 보았는가 하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협상에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방출량 삭감을 요구받고 있어 무한정한 성장을 추구하기도 불가능하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정전(李正典)교수는 『2천만대나 되는 자동차가 굴러다닐 때까지 끊임없이 도로를 만들고 개발하는 것이 과연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인가』고 반문한다.
이어 그는 『환경오염을 억제하기 위한 환경세 도입등 선진국보다 더욱 파격적인 환경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노융희(盧隆熙.서울대명예교수)한국환경정책학회장은 『한국이 「환경」이라는 주제를 제시할 때 국제적인 지도자 역할을 맡을 수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생산과 소비 전체를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가치관의 근본적인 변화없이는 21세기 인류의 생존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盧교수의 생각이다.
결국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무한 성장에 더 이상 매달릴 것이아니라 진정한 삶의 질을 추구하고 이를 실현하는 것이 참된 환경모범국가가 되는 길이라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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