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월드컵>5.끝.중계방송 자존심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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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02년 월드컵 공동주최로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한.일 양국은 「최첨단 전자전」을 펼치게 된다.
공동개최로 본선 전게임(64)에 대한 중계방송권은 한.일 양국이 절반씩 나눠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는 한국측 방송사가,일본에서 열리는 경기는 일본측 방송사가 각각 중계방송을 맡게 돼 양국간 자존심 대결이 불가피해진 것.
양국 주관방송사는 대회기간중 연인원 3백억명의 축구팬들에게 지금까지 보지 못한 역대 최고의 선명하고 화려한 화면을 선사하게 된다.
깨끗한 화질과 다양한 각도의 명장면은 월드컵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핵심요소.
따라서 세련된 경기 중계는 월드컵 개최국가의 이미지와도 직결돼 한.일 양국은 중계방송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경기장면을 담은 영상에 경기장의 음향,게임 스코어,영문자막으로 된 선수명단을 합친 「국제신호」를 제작하고 송출등을 책임지는 월드컵 주관방송사로 일본측에선 NHK가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국내 주관방송사가 누가 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
공영방송의 당위론을 내세우는 KBS가 스포츠전문 위성채널을 희망하는 MBC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는데다 SBS도 중계방송 참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앙 아벨란제 국제축구연맹(FIFA)회장은 『공동개최로 파생될 제반문제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연맹에 지시,보고서가 나올 오는 12월 이후에야 주관방송사 선정등 세부사항이 결정된다.
그러나 양국 방송가에선 벌써부터 차별화된 중계방송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경쟁이 발전을 낳듯 양국의 방송기술과 장비도 21세기 첫 월드컵 개최전까지 비약적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우선 2002년에는 고화질.고선명의 HDTV가 보편화된다.가로.세로 화면비율 4대3으로 내보내는 방송시그널이 2000년안에 와이드화돼 16대9의 비율로 이상적인 화면을 연출한다.
위성방송 기술도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와 월드컵 난시청지역이 해소되고 지구촌 구석구석에 월드컵 영웅들의 모습이 전해지게 된다. 카메라를 기본으로 하는 방송장비의 일대혁신도 이뤄지게 된다. 사이드라인을 따라 선수들의 작은 움직임까지 포착하게 될무인카메라인 로보캠(Robocam)은 더욱 정교해지고 네트를 출렁거리게 하는 볼의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CCD(Charge Coupled Device)카메라,관중의 열광하 는 표정을 고스란히 담아낼 무선카메라도 그라운드 곳곳에 배치된다.
지금까지는 올림픽 개.폐회식 중계때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온 4트랙 스테레오 사운드가 모든 게임에 적용돼 극장식 음향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은 어디까지나 현재의 기술수준에서 상상이 가능한 정도일 뿐이다.2002년에는 현재로서 상상하기 어려운 첨단장비들이 쏟아져 중계방송에 투입될 게 분명하다.
스포츠 중계만을 놓고 볼때 현재 한.일 양국의 중계방송 실력은 우월을 가리기 힘든 호각지세.
KBS스포츠국 이규창 부장은 『60년대에 올림픽을 치른 일본에 비해 80년대에 진보된 기술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국내 중계방송 기술이 현재로선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첨단장비가 총동원될 21세기 첫 월드컵 중계에 전자왕국 일본이 비장의 전자기술로 승부를 걸어올 경우 상황은 쉽게 속단하기 힘들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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