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교통망 혈관질환 늘고 있어-고지방식사.운동부족등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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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 몸 혈관의 길이는 지구 두바퀴반이나 되는 10만㎞.산소와 영양 공급,그리고 노폐물 수송로인 이 교통망은 어느 곳 하나만 막혀도 심각한 질병을 초래한다.
대퇴근육과 장딴지가 심하게 아파 디스크를 의심하며 정형외과와신경외과를 전전하다 혈관외과를 찾은 K(52)씨.통증은 걷거나운동시에 심해졌다 휴식을 취하면 사라져 집안에서의 활동조차 제한을 받았다.
진단결과는 하지동맥폐색증.다리쪽으로 내려가는 넙다리(대퇴)및오금동맥이 막혀 근육이 필요로 하는 혈액공급 부족이 원인이었다.이 정도 증세라면 이미 동맥내부가 70%정도 막혀있다는 것이의사의 설명이다.
최근 고지방 식사와 운동부족,높은 흡연율에 의한 혈관질환이 크게 늘고 있다.혈관질환하면 뇌혈관질환이나 관상동맥질환을 떠올리지만 인체내 모든 혈관이 현대인의 나쁜 생활습관으로 혹사(?)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환자증가에 따라 혈관외과분야도 급부상,전문적인 치료를제공하는 병원도 늘고 있다.혈관외과는 뇌와 심장을 제외한 동맥과 정맥,그리고 임파선에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다룬다.
대표적인 질환은 위에서 예를 든 하지동맥폐색증으로 주로 막히는 부위는 복부동맥과 엉덩동맥,넙다리동맥이다.
경희의료원 혈관외과 박호철(朴豪徹)교수는 『하지동맥폐색증은 활동시 막힌 혈관이 뻗어있는 근육부위가 몹시 아프고 심하면 말초혈관과 조직이 썩기때문에 버거씨병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그러나 40세 이하 흡연자에게 많은 버 거씨병과는 달리 하지동맥폐색증은 50대 이상 남자에게서 주로 발생하고 활동할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
당뇨로 인한 동맥폐쇄,동맥벽이 부풀어 올라 오르는 동맥류 역시 혈관외과의 영역.특히 동맥류는 터지면 사망할 수 있으므로 혈관외과의사들이 가장 긴장하는 질환이다.
치료는 초기일 경우 혈류개선제가 쓰이지만 악화되면 풍선 또는스탠트(철망)로 혈관을 뚫어주거나 자가정맥 또는 인조혈관을 이용,동맥우회술을 시행한다.
정맥의 대표적인 질환은 피가 엉겨 덩어리가 생기는 혈전증과 혈관벽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정맥류를 들 수 있다.
인천 중앙길병원 혈관외과 김상일(金相一)박사는 『혈전증은 수술후 또는 장기간 병상환자,그리고 임신이나 항혈액응고효소가 선천적으로 부족한 사람에게 많으며 정맥류는 교사나 주방장 등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에게서 흔하다』고 말한다.다리 에 핏줄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정맥류는 미용외 큰 문제를 야기하진 않지만 혈전증의 경우엔 정맥폐쇄로 인한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朴교수는 『젊고 탄력있는 혈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혈관질환예방의 비결』이라며 다른 성인병과 같이 콜레스테롤을 낮출 것과운동.금연을 권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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