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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논조>월드컵 공동개최 앞으로 課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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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002년 월드컵 개최지를 놓고 한국과 일본의 유치경쟁은 치열했다. 한국에서는 승려들이 월드컵 유치 기원법회를 열었고 일본 정부관리들은 유치에 성공하면 대회개최에 4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월드컵 유치실패는 두 나라에 「엄청난 타격」을의미한다고 일찍이 유럽의 한 전문가 집단은 경고했다.
월드컵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행사다.애틀랜타올림픽에 대한 관심보다도 월드컵을 향한 열기가 더 뜨겁다.
게다가 월드컵이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된다는 이유로 한.일 두나라가 갖는 월드컵에 대한 열망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유치를 위해 양국은 오랜 기간 물밑 작업을 벌여 자국이 유치최적국이라는데 추호의 의심조차 없었고 실제로도 성공은 코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이 후보지로 맞붙었던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표면적으로는 동맹을 유지하지만 긴 역사를 통해 숙명적인 경쟁관계였기 때문이다.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다시피했던 두 나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국제축구연맹(FIFA)은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FIFA는 어제 전례없는 기지를 발휘해 그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사상 초유의 월드컵 공동개최를 선언했다.
일본과 한국 어느 나라도 완전히 이겼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두 나라중 패배한 나라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국가적 자존심은 그다지 상처받지 않았다.
일본의 한 외교관이 사견임을 밝히며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보다는 낫다』라고 한 발언이 그 사실을 입증한다.
수세기에 걸친 한국과 일본의 역사는 침략과 전쟁으로 점철돼 왔다. 한국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36년동안 일본의 식민지 상태로 있었다.이 역사는 한국국민에게는 잊을 수 없는 치욕으로 각인돼 있다.
올해도 독도의 영유권 주장을 놓고 두 정부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심지어 양국은 두 나라 사이에 놓인 바다의 명칭을 놓고도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나 이제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두 나라는 협력해야만 한다.
어제의 결정이 있기전 한국 관계자들은 단독 개최라는 완벽한 승리를 요구했다.
한국의 월드컵 유치위원장은 『우리와 일본 사이의 특별한 역사에 비추어 반드시 일본을 이겨야 한다.이번에 성공하지 못하면 오랜 시간 엄청난 굴욕과 수치속에 살아야만 할 것』이라며 유치당위성을 역설했다.
FIFA의 발표가 있자 서울과 도쿄(東京)거리에서는 환영과 실망이 복합적으로 혼재된 반응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용감하게 『한국과 일본의 우호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기회』라며 FIFA의결정을 환영했다.그러자 일본의 외교관들 또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물론 어려운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된다.어느 나라에서 개막식을 개최할 것인가.결승전은 어느 나라에서 치를 것인가.
틀림없이 양국은 최상의 외교력을 발휘,이러한 문제를 풀어나갈것이다.그러나 해답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반가운 소식은 당면한 월드컵 문제로 인해 어업권분쟁.무역역조.독도영유권 등 두 나라 사이의 첨예한 대립은 다소 수그러들 것이라는 점이다.
[정리=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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