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월드컵축구 공동개최-지구촌축제 남북이 함께 나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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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2002월드컵의 한.일공동개최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우리의 값진 승리로 평가된다.막판까지 단독개최를 고집하던 일본이 총회 직전에 공동개최의 뜻을 밝혔다.이는 한국이 이미 승리의 고지를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럼에도 불구하 고 우리는 한국 단독개최를 고집하지 않고 공동개최안을 수용했다.이는 스포츠를 통한 우리의 외교적인 승리로 평가될 수 있다.비록 단독개최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88서울올림픽 유치 못잖은 성과로 평가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2002월드컵 공동개최 결정은 한.일관계는 물론 아시아와 세계평화에 크게 기여할게 틀림없다.이제 남은 기간에 성공적 월드컵 개최를 위해 한.일 두나라가 긴밀한 협력 아래 준비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다만 주변은 이렇게 급변하 고 있는데 아직도 해묵은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북녘 동포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는 이미 스포츠를 통한 「통일」의 기쁨을 잠시나마 누린 적이 있다.지난 91년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포르투갈)에 남북 단일팀으로 참가한 선수들은 서울과 평양을 오가면서 합숙훈련과 평가전을 가진 바 있다.이때 북한선수단 의 김정식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북과 남은 이번 평가전을 계기로 이미 하나가 됐다.이는 46년간의 분단의 아픔에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인 한마당이었다』고 강조한 바 있었다.
또한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91년.일본 지바)에 남북단일팀으로 참가한 코리아팀은 9연패에 도전하는 중국을 3-2로 꺾고 우승했다.당시 코리아 단일팀의 우승장면이 TV를 통해 남북한에 동시중계됨으로써 7천만 겨레에게 우리가 진 정한 하나라는 엄연한 사실과 우리에게 왜 통일이 필요한가를 가슴깊이 느끼게 해줬다.이제 2002월드컵 개막을 목전에 두고 있다.우리와일본은 모든 면에서 종전대회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여기서 우리는 지나칠 수 없는 하나의 과제를 생각하게 된다.남북한의 분산개최와 단일팀구성 참가문제가 그것이다.
더이상 북한의 고립상태를 우리는 원치 않는다.월드컵 분산개최는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전인류에게 꿈과 희망,그리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줄 2002월드컵 한마당축제의 기쁨을 남북이 함께 나누고자 하는 우리의 진정한 뜻이 외면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월드컵을 준비할 한.일조직위와 관계당국도 한반도의 화합과 세계의 평화정착 차원에서 북한의 참여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양대 체육대교수.전남북체육회담대표) 이학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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