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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바다는 우리의 未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오늘은 우리가 첫번째로 맞는 「바다의 날」이다.이 날을 맞는해사산업 관계자들의 심정은 그야말로 감개무량하다.그 이유는 바다가 우리 국민의 생활과 관련해서는 물론 우리 민족.국가의 번영과 관련해 얼마나 중요한 터전이 돼 왔고,또 터전이 될 것인가를 제대로 인식하는 국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바다의 중요성을 온 국민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편으로 해사산업에 종사해온 사람들은 바다의 날이 법정 기념일로 제정되기를 오랫동안 갈망해 왔다.
육당(六堂)최남선(崔南善)은 1955년 6월20일 해군본부 전사편찬관실에서 간행한 『한국해양사』「서(序)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역사는 정지된 지리요,지리는 정지된 역사』라는 독일의철학자 요한 고트프리트 폰 헤르더의 말을 인용해 개인이든 민족이든,또 국민이든 생활이라는 것은 환경에 대응하는 태도요,또 그렇게 하는 수단이자 방편이라고 단언했다.역사.지리적 환경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어야 개인이든 국가든 번영을 누릴 수 있는데,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과거 역사적.지리적 환경을 제대로이용하지 못했음을 날카롭게 지적한 것이다.
육당은 『우리 국민 생활의 과정에 있어 가장 비통한 사실이 무엇이었느냐 할 것 같으면,그것은 분명히 반도국민(半島國民).
임해국민(臨海國民)으로서의 바다를 잊어버린 것이었다』고 진단하고 『바다를 잊어버린 뒤의 우리의 환난이 어떻게 큰 것은 우리가 분명히 체험하고,또 시방도 그 시련의 중에 있다 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육당은 우리 민족이 바다를 잊어버렸기 때문에 우리 민족에게서웅대한 기상이 사라져버렸고,우리나라와 국민이 가난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우리에게서 사라져버린 웅대한 기상을 되찾아 우리나라와 국민이 다 함께 부강해지려면 『미래의 한국은 바다 위에 세워져야 할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육당의 이같은 지적은 우리가 처한 현실이나 미래를 생각할 때참으로 석학다운 진단이었다.
오늘날 상식처럼 돼 있는 얘기지만 바다는 다음과 같은 기능을우리에게 보장해주고 있다.
첫째,바다는 우리 인류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식량자원의 보고다.둘째,바다는 「작은 천지에서 큰 천지로」 나가는 통로다.셋째,바다는 미래에 인류가 생활할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다.넷째,바다밑에는 인류가 필요로 하는 미래의 자원으로서 무한한 광물자원 등이 잠재돼 있다.그리고 곧 실용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조력(潮力)이나 파력(波力) 그 자체가 에너지원으로 개발이 기대되고 있다.
이들 다섯가지가 모두 중요한 것이지만,그중에서 통로로서 바다가 지닌 기능의 의미를 새삼 강조해 두고자 한다.선박과 항해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에는 물론 바다가 장애물로 여겨졌던 옛날에도 문화와 물자가 드나드는 통로로서 바다의 구실은 참으로지대했다.오늘날 문화는 다른 여러가지 통로를 가질 수 있게 됐지만,물자가 드나드는 통로로서 바다의 역할은 아직도 매우 크다.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총생산의 7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수출.입 화물의 90% 이상 이 해상을 통로로 선박에 의해 운송되고 있다.
우리가 지닌 지정학적(地政學的).지경학적(地經學的)여건을 감안할 때,물자의 운송로로서의 바다는 말 그대로 우리 경제의 생명선일뿐만 아니라 바로 우리 일반 국민 모두의 생명선이다.어떠한 이유에서든 바다라는 통로를 상실하게 된다면 우 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생활수준은 30% 정도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이것이 바다의 날을 제정한 가장 큰 이유다.국민 모두가 바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져야 한다.그래야 우리 민족의 미래를 보다 확실히 보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또 그것이 우리가지향해야 하는 세계화의 길이기도 하다.
박현규 (海事문제硏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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