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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말 끊지 않고 5분간 또박또박 … “나도 아나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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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광초교 5학년 2반 학생들이 국어시간에 말하기 수업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22일 오전 10시 말하기 수업이 한창인 서울 동광초등학교 5학년 2반 교실. 국어 교과서 2학기 1단원 ‘시의 여운’을 배운 학생들은 교과서에 나온 ‘정자나무’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말했다.

“정자나무는 친구 같아요. 사람들이 쉬기 위해 찾아오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니까요.”(정석진군) 이어 최승은양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잠시 머뭇거린다. “승은아, 부담 갖지 말고 말해. 형식도 정답도 없으니까 자유롭게 생각을 말하면 돼.” 조일구 교사가 격려하자 최양이 그제야 입을 연다. “정자나무는 꿈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휴식도 취하고 놀다 가잖아요. 마음이 편안해지면 꿈을 키울 수 있어요.”

◆말하기 교육, 왜 중요한가=조 교사는 “이 또래 아이들은 어떤 주제에 대해 곧바로 의견을 말하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프랑스 교사 셀레스탱 프레네의 교육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먼저 종이 위에 ‘정자나무’에 대한 생각을 적는다. 종이를 다른 어린이들에게 돌려 생각을 쓰게 한다. 자신과 친구들의 생각을 취합한 후 가장 마음에 드는 표현을 골라 말하기를 해보는 방식이다. “다른 친구들의 생각까지 알게 되면 사고가 확장돼 말하기가 훨씬 쉬워진다”는 게 조 교사의 설명이다.

‘침묵이 금’인 시대가 아닌 소통의 시대다. 말하기 교육이 한층 중요해졌다. 말하기는 내가 가진 콘텐트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작업이다. 2009학년도 수시2학기 모집에선 면접 구술고사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말하기 능력이 입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다.

◆“가족이 모니터 역할 해야”=국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박사 1호인 KBS 김은성 아나운서는 “말하기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으로 가능하다”며 “부모가 모니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발음은 부모가 일찍부터 바로잡아줘야 한다. 평소 신문기사를 소리내 읽으면 도움이 된다.

자녀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한 후 대화하며 말하기 훈련을 하면 좋다. 김씨는 가족 간의 대화가 많을수록 말 잘하는 아이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주에도 초등학교 3학년 딸 예원이와 함께 박물관에 다녀왔다”는 김씨는 상황이나 경험을 토대로 딸과 대화를 한다. 예원이가 박물관 견학 후 느낀 점을 이야기하면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책을 소리 내서 읽게 하면 자신감이 커진다. 부모가 거실에 있다면 밖까지 들릴 수 있도록 크게 말하게끔 한다. 부모와 자녀가 교대로 읽으면 부모의 읽는 모습을 보며 발음을 수정할 수 있다.

◆일기·감상문 카메라 보고 말하기=김씨는 “‘새소식 발표’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했다. 먼저 일주일 간 있었던 일을 자세히 적는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을 정해 육하원칙에 맞춰 재구성한다. 이 내용을 구어체로 바꿔 적은 후 ‘스피치 개요서’를 작성한다. 스피치 개요서에는 꼭 필요한 내용만 요약해 적는다. 예컨대 기억해야 할 내용, 말하는 순서, 외우기 어려운 숫자, 어려운 낱말 등을 쓴다. 이제 실제처럼 발표 연습을 하는 게 핵심. 김씨는 “내용을 끊지 말고 적어도 5분 이상 말하되, 생각이 나지 않으면 스피치 개요서를 참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캠코더로 녹화해 두면 부족한 점을 스스로 고칠 수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거울을 보고 연습해도 좋다. 고양용현초 김범준 교사는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이나 사회 이슈, 책, 영화 소재 등 어떤 것이든 좋다”며 “말할 때 입은 크게 하라”고 조언했다. 표정 연습도 하면 좋다. 주장을 강하게 밝힐 때 눈과 입에 힘을 주는 식이다.

카메라 일기 쓰기도 권할 만하다. 처음에는 글로 일기를 쓴 다음 읽고, 익숙해지면 카메라 앞에서 말로 해본다. “녹화된 것을 보며 말을 조리 있게 했는지, 시선 처리는 어떤지, 목소리는 안정적인지 모니터하면 좋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일기뿐 아니라 독서·영화 감상을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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