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 날개 달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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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아파트 리모델링이 봄바람을 타고 있다. 착공이 잇따르고 새로 추진하는 단지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재건축에 비해 절차가 간단하고 시간이 적게 걸리기 때문이다. 중소형 평형 의무비율 등 규제도 없다.

▶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로얄아파트 평면. 58평형(左)의 앞.뒷면을 증축해 63평형으로 넓힌다.

재건축 진출이 막힌 주택업체들도 새 시장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와 함께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한 요구도 많아지고 있다.

◆리모델링 단지 급증=서울 용산구 이촌동 로얄이 최근 리모델링 착공에 들어갔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80가구짜리다. 시공사인 대림산업은 골조는 그대로 두고 발코니 확장.증축으로 사용면적을 10% 가량 늘린다는 계획이다. 58평형이 63평형이 된다.

대림산업 양재길 부장은 "외관에 페인트칠을 하지 않고 석재와 알루미늄 패널 등으로 장식해 최고급 아파트로 만들 것"이라며 "로얄의 리모델링 추진으로 재건축이 쉽지 않은 이촌동 일대 아파트들이 리모델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방배동 궁전도 지난달 건축심의를 통과하고 조만간 건축허가가 나오는 대로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쌍용건설은 1년 6개월간의 공사로 각 가구의 면적을 6~7평 늘리기로 했다. 일부 복도식인 가구의 경우 외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용면적을 확장한다.

재건축을 추진하다 리모델링으로 선회하거나 가속도가 붙은 아파트도 늘고 있다. 70년대에 지어진 중대형 평형대의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 1차에 이어 재건축추진위를 만들었던 서초구 방배동 경남은 소형평형 의무비율로 사업성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리모델링을 고려 중이다.

지난달 초부터 리모델링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광진구 광장동 워크힐은 다음달 초 주민투표를 앞두고 집값이 껑충 뛰었다. 한 달 새 평형별로 거의 1억원씩 오르며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는 1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업체들도 잰걸음이다. 리모델링팀을 신설하거나 확대하고 사업설명회에 적극 참여해 수주에 열을 올린다. 방배동 신동아 리모델링 사업설명회에 참여하는 업체는 애초 LG건설 등 4곳에서 다른 업체들의 요구에 따라 7곳으로 늘었다.

주택공사와 한화건설 등은 리모델링이 쉬운 평면을 내놓았다.

자치단체도 리모델링 지원에 나섰다. 서초구청은 지난달 말 조경면적.건폐율.용적률.건물높이 등의 제약을 완화해 주기로 했다. 대지면적의 30% 이상 확보해야 하는 조경면적을 지하주차장이 없는 단지에선 15% 이상, 지하주차장이 있는 단지의 경우 기존 조경면적의 80% 이상만 확보하면 된다. 건폐율과 용적률도 리모델링 전보다 각각 1.2배, 1.3배까지 늘릴 수 있다.

◆"지원책 더 있어야"=지난해 11월 말 주택법이 개정돼 개정으로 리모델링을 위한 주민동의율이 100%에서 80%로 낮아졌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를 리모델링하면 공사비의 10%인 부가가치세를 감면받는다.

하지만 주택 투기와 자원낭비를 막고 주거여건을 개선하는 리모델링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원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리모델링은 사업성이 관건. 리모델링으로 증가한 재산가치가 투자비인 공사비보다 많아야 한다. 결국 주변 집값이 좌우한다.

쌍용건설이 리모델링하는 궁전의 경우 46평형이 7억원 정도. 53평형으로 넓히는 데 1억3000만원 가량 든다. 53평형의 시세가 9억원 선이어서 리모델링으로 7000만원 정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집값이 비싼 강남권과 동부이촌동 등에서 리모델링이 활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집값이 싼 지역에서도 리모델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처럼 전용면적 25.7평 이하는 늘어나는 면적의 취.등록세도 빼줄 것을 업계는 요구한다.

아파트를 잡히고 대출받아 리모델링 공사비를 대는 데 대출 한도를 높일 필요도 있다.

리모델링보다 오히려 재건축이 사업성에서 나을 수도 있다. 집값이 워낙 낮은 경우는 리모델링을 할 경우 불어나는 가치보다 공사비가 더 든다.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으로 공사비를 보전할 수 있는 재건축이 입주민 입장에선 유리한 것이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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