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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해외여행관광피해 급증-여행사 덤핑 주원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사업을 하는 張모(62.서울중구다동)씨는 지난달 25일 호주시드니 단체관광중 현지 가이드가 안내한 건강식품점에서 애벌로니파우더(전복가루)를 병당 77.9호주달러(약 4만3천원)씩 주고 모두 12병을 샀다.
張씨는 시드니 체제 하룻동안 꼭 들러야할 주요 관광지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빼먹고 세군데의 쇼핑센터에 가야하는지 이해할수 없었으나 단체관광이니 불편해도 감수하자고 생각했다.
또 다른 쇼핑센터에서는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고급 모피.녹용등을 『세관통관에 별 문제가 없다』며 판매에 열을 올렸다.
張씨가 말로만 듣던 패키지 관광상품의 폐해를 실감한 것은 이튿날 공항에서.자신이 구입한 전복가루가 호주 현지인이 운영하는가게에서는 절반가격이 조금 넘는 39.9호주달러(약 2만4천원)에 팔리고 있었다.
張씨처럼 해외여행중 바가지 쇼핑 관광등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대형 여행사를 통해 사이판 관광에 나선 金모(41.서울노원구상계동)씨등 50명은 예약된 특급호텔에 들지 못했다.일행중 일부는 괌으로 행선지를 바꾸고 20여명은 방을 확보하지 못해 버스에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 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지난해 해외여행 피해상담 건수는 1천15건으로 94년(5백41건)보다 두배로 늘었다.직접적인 피해구제 건수도 올들어 4월까지 55건으로 지난해(40건)에 비해 37%나 늘었다.
여행자들의 피해가 급증하는 것은 일부 여행사들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덤핑 상품을 내놓고 현지 한인 여행알선업체에 떠넘기기 때문이다.
국내 패키지 여행사로부터 張씨등 단체관광객들을 받아 호주.뉴질랜드 현지 여행을 진행한 A여행사측은 『국내 단체관광 알선업체들이 무리한 가격으로 덤핑하는 바람에 현지 여행사들이 쇼핑이나 선택관광으로 적자분을 메울 수밖에 없는 실정』 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호주.유럽등지의 현지 한인 여행업체들이 국내 여행사들의 덤핑상품에 맞서 휴가철을 앞두고 여행안내를 거부할 움직임을 보여 여행객들이 엉뚱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미 지난 1.2일,4월16일에 이탈리아를 여행한 단체관광객 1천여명은 한국인 가이드가 나오지 않거나 식당 예약이 제대로 안돼 큰 불편을 겪었다.이탈리아 현지 여행업체들이 덤핑관광등을 이유로 여행안내를 거부한 것.
호주관광업체들의 모임인 호주관광산업총연합회(회장 조민구)도 최근 서울사무소를 통해 『6월까지 덤핑상품을 자제하지 않을 경우 여행사의 명단을 공개하고 현지 서비스를 중단하는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백두산 관광 성수기를 앞두고 중국 현지 여행사들도 여행객을 볼모로 잡은채 투어피 결제등을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내 대형 패키지 여행사를 통해 옌지(延吉)에 들어간 관광객 40여명은 현지 여행사가 행사대금 결제등을 요구하며 여행알선을 거부하는 바람에 중간에 여행을 포기하고 되돌아오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여행인클럽 김남국씨는 『소비자들이 무조건 싼 상품을 찾을것이 아니라 계약조건을 꼼꼼히 따져보고 나서야 할 것』이라며 『덤핑관광과 행사대금 체불로 해외의 관광업계에 국내 여행사들의신용도가 크게 실추돼 여행문화 전반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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