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準고급' 창업…불황 틈새 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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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 높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중산층의 명품 욕구를 채워주는 준고급 업종이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준고급 보석점인 제이에스티나 매장 내부.

최근 '매스티지'라는 신조어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표현하고 있다. 매스티지란 대중을 뜻하는 매스(mass)와 특권이라는 의미의 프레스티지(prestige)가 합친 말이다. 비교적 높은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중산층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이른바 '준(準)고급'이다. 지갑은 얇아졌지만 소비의 질을 낮추기 싫어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겨냥한 제품들이다. 창업 시장에서도 이 같은 '준고급' 업종이 관심을 끌고 있다.

▶ 14K 보석

▶ 레고

▶ 유기농 야채

▶ 쌀국수

◇어떤 업종 있나=준고급 사업의 전형은 주얼리(보석) 판매 사업이다. 수백만원이나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보석류 대신 수만원에서부터 수십만원까지의 합리적인 가격의 반지.귀고리.목걸이 등을 취급하면서 중산층의 명품 욕구를 채워준다. 10대 후반부터 30대 직장인까지가 주 고객층. 로만손이 운영하는 주얼리전문점 '제이에스티나'는 다양하고 개성적인 디자인의 다이아몬드 및 14K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웰빙바람을 타고 식품.외식업계에서도 '준고급' 현상이 있다. 도심 속 방앗간인 '미사랑인들'은 즉석에서 고객이 원하는 분도수만큼 정미해주는 즉석쌀과 각종 잡곡을 섞은 쌀을 판매.배달해준다. '뽀뽀뜨'는 주로 상류층에서 많이 찾던 손으로 만든 이유식을 생산, 월 3만~10만원을 받고 회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호아빈' 등 베트남 음식점은 메뉴의 가격대를 낮춰 일반인도 쉽게 이색적인 외국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한 외식업체다.

◇주의할 점은 없나=준고급 사업은 고객유치에도 유리하다. 싼 제품과는 달리 사업자에게 비교적 안정된 이윤폭을 보장해줄 뿐 아니라 고급품과는 달리 상품 구입주기가 빨라 매출도 쉽게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제품이나 서비스가 개성없이 고급품의 어설픈 모방에 그친다면 실패하기 쉽다. 준고급도 나름대로 명품이 주는 '만족'을 일정부분 주지 않으면 고객이 다시 찾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준고급 사업 성공을 위해 가격보다는 품질을 더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명품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는 점포 인테리어, 조명, 포장 및 디자인, 접객매너, 전체적인 컬러감각 등 상품 외에 요소들도 고급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고급품이 주는 만족과는 또다른 효용을 제공해야 이들을 단골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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