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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네티즌들, 야구 한·일전 보며 “일본 이겨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외국 네티즌들 눈에 비친 한국, 한국인은 어떤 모습일까? 세계최초의 인터넷 게시판 전문 번역사이트를 표방하는 '개소문닷컴'을 통해 이 궁금증을 풀어봤다. 위험수위를 넘어선 중국·일본·대만 네티즌들의 혐한·반한 감정의 실체와 댓글을 통한 한중일 네티즌들의 성향도 비교해 보았다. 다음은 중앙SUNDAY 보도내용.

“스시가 김치보다 맛있지. 난 결승전에서 김치를 보기 싫어. 스시가 이기기 바라!”
“빵즈(한국인을 뜻하는 중국 네티즌들의 은어)를 죽여버려라!!!”
“한국이 역전하면 안 돼. 일본 자유(加油·화이팅)”

베이징 올림픽 한·일 야구 준결승전이 열린 22일. 한국 관련 뉴스에 대한 세계 각국 네티즌들의 댓글을 한글로 번역해 서비스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 ‘개소문닷컴(www.gesomoon.com, 이하 개소문)’에는 이런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중국의 최대 인터넷 검색 사이트 ‘바이두닷컴(baidu.com)’ 야구포럼에 뜬 댓글을 번역한 것이었다. 중국의 다른 사이트들에 나타난 네티즌 반응도 거의 비슷했다. 야구뿐 아니라 한·중·일이 부닥친 올림픽 각종 경기에서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공적(公敵)’이었다. 적어도 사이버 공간상에선 그랬다.

개소문을 운영하고 있는 안진홍(37)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인들의 반한(反韓) 감정이 지금처럼 강하지는 않았다”며 “올 초부터 심해지다가 올림픽 기간엔 그 정도가 극에 달했다”고 말한다. 이 사이트가 개설된 것은 2005년 9월. “외국인들이 한국을 어떻게 보는지 알아보자”는 취지였다.

한국인 ‘고구려 몽둥이’로 비하

안 대표 등 영어·중국어·일어에 능통한 다섯 명의 개소문 운영자들은 각국의 주요 사이트들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며 한국 관련 댓글을 찾아 번역해 올려놓는다. 한국에 우호적인 댓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최근 중국의 주요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댓글의 90% 이상은 한국인을 파렴치한 민족이며 중국이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인을 ‘가오리빵즈’라고 부른다. 그 어원이 확실치는 않다. 수·당군을 물리쳤던 잔인한 ‘고구려 몽둥이(高麗棒子)’ 부대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일제강점기 때 중국 선양 등에 정착해 살고 있던 ‘조선인 난민촌(高麗房子)’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분명한 것은 중국인들이 한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점이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안 대표는 “네티즌들의 악플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중국 내 각종 사이트들을 모니터링해 보면 우려할 만큼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자신들의 속국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 온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에 대한 질투심이 있고, 한편으로는 중국인들의 뿌리 깊은 피해의식 때문에 나타나는 반응인 것 같다”고 분석한다. 최근 중국 경제가 눈부신 성장을 이루고 국가 위상이 높아지면서 민족주의가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인터넷의 주요 이용자인 바링허우 세대(1980년대 태어난 젊은 층)는 일본보다 한국에 대해 더 높은 반감을 갖고 있다. 단오절·중의학·혼천의 등 중국의 전통문화라 여기는 것들이 오히려 한국에서 잘 보존돼 있는 것을 보고 자신들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한국이 빼앗아 갔다고 여긴다. 안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중국 네티즌들의 황당한 한국 폄하론을 보여주는 사례는 손에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2006년 중국에 한국 드라마 ‘보고 또 보고’가 방영됐다. 주인공이 갈비를 선물받고 기뻐하는 이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본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이 경제성장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고기도 자주 먹지 못할 정도로 못산다’ ‘한국에서 갈비는 봉황의 눈물처럼 비싸고 귀하다’ ‘겉으로는 자가용에 고층아파트에 살면서 잘난 체하지만 정말 불쌍한 한국인들이다’는 등의 댓글을 올렸다. 허위 사실이 사이버 공간에서 진실인 양 둔갑되고 이를 그대로 믿는 중국 네티즌들이 한국을 폄하하는 악순환이 일상화되고 있다.”

한국 네티즌도 악플로 맞불

이런 ‘혐한(嫌韓)’ 현상은 중국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일본의 대표적인 인터넷 커뮤니티이자 한국 관련 토론방이 가장 많이 개설돼 있는 ‘2채널(2ch.net)’은 혐한족의 놀이터다. ‘2채널’에서 한국인은 ‘총(조총련에서 왔다는 말도 있고 ‘조선인’의 일본어 발음인 조센진의 가타카나 표기에서 따왔다고도 한다)’ 혹은 ‘김치’ ‘니다(~했습니다로 자주 끝나는 한국어에서 따온 것으로 비아냥거릴 때 쓰는 말)’로 불린다.

지난해 6월 한국의 차세대 주력 전차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국산 전차 XK2(일명 흑표)가 터키로 수출된다는 한국 언론의 일본어판 기사를 본 일본 네티즌들의 댓글이다.

“터키, 그딴 걸 수입하다니 반드시 후회할 거야.” “비가 오면 주행 불능에 사격을 하면 포신이 터진다지?” “외제 부품을 모아 조립한 것이면서 항상 ‘총’들은 순수 국산이라 우기지.”

한국에 대한 대만 네티즌들의 감정도 곱지 않다. 최근에는 중국 네티즌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일 정도로 반한 감정이 강해졌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한국팀이 비기자 대만 네티즌 상당수는 ‘피를 토하는 줄 알았다’며 한국의 선전을 못마땅해했다. 92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의 국교를 단절한 한국의 ‘배신 행위’에 대한 섭섭함이 낳은 결과였겠지만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한국의 일부 네티즌은 당시 ‘왜 대만이 우리를 싫어할까?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라며 황당해했다.”(안 대표)

개소문을 통해 중국·일본·대만 3국 네티즌의 이런 ‘협공’을 접한 한국 네티즌들은 원색적인 비난으로 맞불을 놓곤 한다. 중국인은 ‘짱꼴라’ ‘짱깨’, 일본인은 ‘쪽바리’ ‘원숭이’, 대만인은 ‘섬 짱깨’라 부르는 식이다. 댓글 전쟁이 가열되면서 하루 접속자가 8만 명을 넘는다.

일부 네티즌들은 “반한 감정이 적나라하게 담긴 댓글을 번역해서 보여주는 개소문닷컴 때문에 한·중·일 3국 네티즌의 감정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며 “개소문닷컴은 전쟁터이자 쓰레기장”이라고 말한다. 안 대표는 “개소문이 보여주는 현상만 보면 그런 측면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한국을 싫어하고 욕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며 “그들의 댓글에 대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악플만 달 것이 아니라 왜 그토록 우리를 미워하는지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이 오프라인에까지 큰 영향력을 미치는 요즘, 혐한론을 잠재울 묘수는 있을까.

고성표 기자

개소문닷컴은?

세계 최초의 게시판 번역 전문 웹진을 표방하며 2005년 9월 사이트를 오픈했다. 항간에서는 고구려의 연개소문에서 따온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잡스러운 소문을 뜻하는 것이다. 네티즌 사이에 흐르는 ‘B급 정서’를 반영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한국 관련 뉴스에 대한 중국·일본·대만 등 아시아권 주요 국가와 미국·영국·호주 등 영미권 국가 네티즌의 반응이 주 번역 대상이다. 사이트 오픈 직후 최홍만 선수와 미국 밥 숍의 K-1 경기에 대한 해외 네티즌 반응을 번역해 올린 것이 인기를 끌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7만~8만여 명, 페이지뷰가 130여 만 건에 이른다. 개소문닷컴이 모니터링하는 해외 주요 사이트는 중국의 큐큐닷컴(qq.com), 바이두(baidu.com), 시나닷컴(sina.com.cn), 163닷컴(163.com)과 일본의 2채널(2ch.net), 믹시(mixi.jp), 야후재팬(yahoo.co.jp), 영국의 맨유팬포럼(redcafe.net), 재한 영어강사 커뮤니티(eslcafe.com) 등이다. 안진홍 대표를 포함해 다섯 명(일본어 두 명, 중국어 한 명, 영어 두 명)의 상근직원이 번역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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