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녀스파이 가와시마 자백서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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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나는 헛소문 속에서 살았고,또 그것 때문에 죽는다.』 「비운의 남장(男裝)미녀」「동양의 마타하리」로 불려온 중국 왕녀(王女) 출신의 일본 스파이 가와시마 요시코(川島芳子.중국명 金璧輝). 그녀가 47년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국민당 정부에 의해 총살되기 직전에 쓴 자백서가 최근 일본 지지(時事)통신에의해 공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가와시마는 일본이 조선(朝鮮) 조정으로부터 고급 정보를 빼내기 위해 관리했던 조선인 스파이 배정자(裵貞子)처럼 중국을 침략하기 위해 훈련시켜 관리했던 대표적인 중국인 여자 스파이.
청(淸) 왕족 숙친왕(肅親王)의 딸로 태어났으나 중국을 떠돌던 일본인 낭인 가와시마 나니와(川島浪速)의 양녀가 돼 어린시절을 일본에서 보낸뒤 스파이로 변신했다.
이후 일본의 중국 침략과 만주 괴뢰국 건국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녀는 국민당 정부의 끈질긴 추적으로 체포돼 47년 허베이(河北)성 고등법원에서 스파이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고 총살됐다.그러나 그녀의 죽음은 중국 왕족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당시 화제가 됐으며 지금도 그녀가 조국을 팔아먹은 스파 이였느냐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그녀의 자백서는 94년 홍콩에서 출판된 자료집 『가와시마 요시코 비록』에도 일부 나와있지만 소장 기관인 베이징시 문서자료관이 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백서는 48년3월 그녀가 재심 청구 때 제출한 것으로 16절지 14쪽에 달필(達筆)의 일본어로 쓰여져 있다.서명은 중국명 진비후이(金璧輝)로 했다.
그녀는 자백서에서 자신이 스파이였다는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있다. 상하이(上海)에서 일본의 특무기관과 함께 일하면서 32년 상하이 사변을 일으켰다는 것에 대해서는 『조국(중국)을 팔아넘길 스파이로 전쟁에 참가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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