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도>문학 17.'문예중앙'의 문인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문예중앙이 한국.소련간 문학교류를 선언합니다.』 『문예중앙』(이하『문중』)이 90년 4월 『소련.동구현대문학전집』전30권을 출간하고 야심만만하게 내건 표어다.
냉전체제가 엄연했던 87년초 『문중』은 우리문학의 잃어버린 반쪽을 복원하기 위해 월북.납북 문인들의 행방을 추적함과 동시에 금기시됐던 사회주의권 현대문학을 소개하기 위해 소련.중국.
동구권 현대문학의 체계적 번역에 착수했다.
이렇게 해서 89년 『중국현대문학전집』전20권이 출간됐고 이듬해 『소련.동구현대문학전집』이 나온 것이다.
여기에 동원된 인원만 해도 러시아문학계와 중문학계 학자 등 총 1백여명.
국내 내로라하는 해당 어문학계 학자들이 총동원됐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냉전체제아래서 단편적 소개에 만족해야만했던 「한」을 풀고 사회주의권 문학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작업에 참여한 사실 자체에 만족했다.
한국문학의 반쪽과 세계문학의 반쪽찾기에 나선 『문중』은 87년 가을호에 권말부록으로 문학평론가 권영민(權寧珉)씨의 『잃어버린 문학공간「납.월북문인 인명사전-소설가편」』을 실었다.잇따라 그해 겨울호에는 『시인.평론가사전』을 실어 한 국전쟁이후 남한 문학사에서 실종되고 북한 문학사에선 숙정당했던 문인들을 살려냈다.
이와같은 『문중』의 노력은 88년 납.월북 문인 해금조치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후에도 『문중』은 특집으로 『북한문학 바로읽기의 입문』『사회주의 문학의 오늘』『북한문단을 해부한다』 등을 실어 오늘의 북한문학의 흐름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경향과 유파에 구애되지 않고 공론지 성격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중』의 통 일적.탈냉전적 시각에서의 이러한 작업은 문학과 사회의 그러한 분위기 조성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이경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