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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오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6호 02면

아주 얕은 바람이 부는 저물 녘입니다. 주홍빛 예쁜 범부채 꽃향기를 따라 호랑나비가 바람 타고 날아듭니다. 한여름 8월이 가면 나비는 나뭇잎·풀잎에 알을 낳으며 다음 생을 준비합니다. 한 생명이 다할 때입니다. 나비의 삶은 자연의 도리를 거스르지 않은 짧지만 긴 일생입니다. ‘장자(莊子)’는 한여름 낮 더위에 지쳐 낮잠을 자다가 나비 꿈을 꾸었을 겁니다. 꿈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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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깨니 도로 ‘장자’가 되었답니다. 그러더니 지금의 ‘장자’가 혹시 나비가 꾸는 꿈속의 ‘장자’가 아닐까 의심하게 되었답니다. ‘장자’는 참으로 복잡한 사람입니다. 각설하면, 서로가 서로에 얽혀 변화될 수 있고, 우리 모두는 전체에 얽혀 있는 하나이니 자연의 도리에 맞게 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니 ‘지금 오늘’을 도리에 맞게 살면 하루를 살아도 오래 산 것이고 도리에 맞게 살지 못하면 백 년을 살아도 짧게 산다는 말입니다. ‘장자’나 ‘나비’는 하루를 잘 살았나 봅니다. 우리도 하루를 ‘장자’처럼, ‘나비’처럼 어찌어찌….


농사꾼 사진가 이창수씨가 사진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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