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월드컵 유치 끝까지 최선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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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002년 월드컵 개최지선정문제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한.일(韓.日)공동개최를 위한 정관개정 가능성 검토,유럽축구연맹회장의 공동개최 동의권고,그리고 일본 축구계 실력자의 공동개최거론 등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양상을 보이 고 있다.유치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한 이래 주앙 아벨란제 FIFA회장의 「일본편들기」가 도를 더해왔고,일본이 공동개최 절대불가(不可)의입장을 고수해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개최지결정을 불과 8일 앞둔 시점에서 그같은 움직임은 오히려 우리를 당혹하게 한다.
공동개최론을 처음 발설했던 것은 일본이었고 이에 따라 한때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우리나라도 일본이 급선회한 후에는 단독개최를 기본입장으로 고수해왔기 때문이다.정몽준(鄭夢準)대한축구협회회장이 유치성공을 다짐하면서 『세(勢)불리를 확인하면 일본은 다시 공동개최를 제안할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던 일도 새삼상기된다.
그동안 한.일 양국은 월드컵유치를 위해 명예와 자존심을 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두나라 국민들은 만약 유치에 실패하게 되는 경우 단순히 월드컵개최지를 상대국에 빼앗겼다는 의미에서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는 의식속에 빠지기까지에 이르렀다.
스포츠에서는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싸웠다면 패자에게도 박수갈채를 보낸다.월드컵개최지 결정문제도 마찬가지다.물론 유치에 성공하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일인만큼 꼭 우리 마음대로 되는건 아니라는 점도염두에 둬야 한다.최선을 다하고도 실패했다면 관계자들이 위로받아야 할망정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정서는 그렇질 못하다.공동개최론이 다시 제기됐다 해서 우리 쪽에 유리하게만 받아들일 일도 아니다.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든 신중하고 의연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페어플레이를 자랑할 수 있 는 마지막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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