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그릇 없이 살기 2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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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 15면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열광했다. 뚜껑에 실리콘 패킹이 있는 밀폐용기를 세트로 사기도 했다. 파란색 뚜껑의 일회용 밀폐용기를 보면서 적당히 쓰다가 재활용 수거함에 넣으면 되니 얼마나 편리한지, 쓰고 버리고 또 쓰고 버리는 게 이 소비사회의 진정한 표상이 아닌지, 감탄한 적도 있다. 물론 잘못된 생각이었다.

조동섭의 그린 라이프

어쨌거나 한때 선풍을 일으켜 밀폐용기의 대명사가 된 상표의 메이커에서도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로 밀폐용기를 만들고 있을 정도로 요즘은 플라스틱의 자리를 다시 유리가 대신하고 있다. 몇 년 전보다 훨씬 쉽게 유리 밀폐용기를 구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다. 우리 반찬은 염분도 많고 발효된 것이나 신것도 많으니, 남은 반찬을 보관할 때는 유리 용기를 쓰는 게 좋겠다.

지난주에도 말했지만 플라스틱은 기름진 것, 산성 식품, 염분 등에 약하다. 기왕에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다 버리고 유리 용기로 싹 바꾸는 게 아깝다면, 새로 몇 개만 장만해 이런 음식들을 보관하는 게 좋다. 플라스틱 용기도 아예 쓸모없는 건 아니다. 사과처럼 다른 과일을 쉬 익게 하는 과일을 따로 보관하거나 냉동실을 정리하는 데는 플라스틱 용기도 좋다. 나는 혼자 사는 아들에게 가끔 밑반찬을 해 보내는 어머니에게 플라스틱 용기를 모아서 드렸고, 친구들에게 티백과 사탕 같은 것을 선물할 때 썼으며, 반짇고리나 문방구 담는 통으로 쓴다.

식용유·장·젓갈·요구르트 같은 음식을 살 때는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병에 든 것을 산다. 유기농 매장이나 생협에서는 이런 음식을 대개 유리병에 담아 판다. 조합으로 운영되는 생협에서는 유리병을 재사용 혹은 재활용하고 있으니 조합원이 되면 유리 자원 활용에도 한걸음 더 앞설 수 있다.

다른 유리병도 재활용되기 전까지 가공하지 않고 충분히 재사용할 수 있다. 나는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냉장고에서 몰아냈지만 유리 밀폐용기를 따로 사지는 않았다. 주둥이가 큰 고추장 병이나 젓갈 병을 잘 씻어 말린 뒤 반찬통으로 쓰고 있다. 작은 잼 병에는 클립이나 단추 같은 자잘한 물건을 담아 두면 보기도 예쁘고 찾아 쓰기도 편하다.

요즘 팔리는 유리 밀폐용기는 내열유리 혹은 강화유리 소재로 냉동실과 전자레인지까지 오갈 수 있어 편리하다고 광고하는데, 이런 가공유리는 급격한 온도 변화에 폭발하듯 깨어질 수도 있고, 무엇보다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데워야 할 음식이면 냄비에 옮겨 데우면 되고 먹다 남은 김치나 밑반찬은 그냥 다른 그릇에 담아 상에 올리면 되니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평범한 유리병을 쓰자.


글쓴이 조동섭씨는 번역과 출판 기획을 하는 한편 문화평론가로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으며, 앞으로 친환경주의자로서의 싱글남 라이프스타일 기사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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