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름 내내 우기 … 기상청 ‘장마’용어 안 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내년부터 기상청 예보에서 ‘장마’라는 말이 사라진다. 기상청 엄원근 기후국장은 22일 기자 브리핑에서 “최근 10년간 장마가 끝난 뒤에도 강수가 여전히 지속된다”며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져 내년부터 장마 시작과 끝 시점을 예보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장마라고 해도 비가 안 오는 시기가 많고 장마가 끝나도 비가 쏟아진다”며 “장마를 비가 오는 시기로 알고 있는 국민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어 용어를 쓰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1개월 예보 서비스를 강화해 지역별로 기온·강수량 등에 장기 전망을 제공하기로 했다.

◇장마 뒤에 많은 비=최근에는 장마가 지난 뒤에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1970년대에는 평균적으로 장마 동안에 294.2㎜의 비가 내려 장마가 끝나고 8월 말까지 내린 246.6㎜보다 많았다. 하지만 2000년 이후에는 장마가 끝나고 8월 말까지 389.1㎜가 내려 장마 동안 내린 340.6㎜보다 많았다.

학계에서는 6월 말에서 9월 초에 이르는 여름철 전체를 ‘우기(雨期)’로 정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대 대기과학과 허창회 교수는 “여름철 동아시아 지역에서 아열대 기후의 특성이 보인다”며 “장마전선으로 인한 비만 가리키는 장마 대신 ‘우기’를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런 현상을 북태평양 고기압의 움직임이 변한 탓으로 보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예전처럼 한반도로 올라오지 않고 중국 내륙 쪽으로 확장해 장마전선도 분명하게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원태 기후예측과장은 “지구온난화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넓게 퍼지고 여름철 비가 잦지 않았던 중국 내륙에 호우로 인해 홍수가 나는 등 강수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명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외부 연구기관에 연구 용역을 맡겨 놓았다.

◇가을 태풍 ‘조심’=기상청은 다음달 초순에도 지역에 따라 집중호우 가능성이 있고 태풍도 1개 정도 영향을 미치겠다고 예상했다. 홍윤 예보국장은 “가을철 차갑고 건조한 대륙성 고기압이 습기를 머금은 태풍과 뒤섞이면 여름철보다도 더 강한 비바람이 불어닥친다”고 설명했다.

이정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