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기능성 식품’이 쉬쉬 하는 역기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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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슈퍼 토마토와 백신 바나나
마르쿠스 브라이언 지음
김일형 옮김, 열음사, 280쪽, 1만2000원

비타민 강화 주스, 신비의 유산균이 첨가된 프로바이오틱 요구르트, 오메가 3 지방산이 들어있는 빵. 암을 예방하고 심장병을 방지하며 면역계를 강화해준다는 소위 기능성 식품은 정말 건강에 좋은가.

이 책은 다국적 기업에서 맹렬히 생산하는 각종 기능성 식품의 출생 배경과 판매 동향, 각종 성분의 효능을 검증하는 역학조사 결과를 두루 담고 있다.

독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A+C+E’ 주스를 보자. 주스에 첨가된 비타민 A와 C, E는 항산화 물질이다. 그런 주스를 규칙적으로 마시면 오래 사는가? 영국에서 40~80세의 인구 2만여 명을 조사한 결과는 사망률, 심근경색과 암의 발병률이 안 마신 사람과 차이가 없었다.

유니레버사에서 나온 베셀 프로액티브 마가린은 어떨까. 가격이 기존 마가린의 3배인 2유로 99센트에 달하는 제품이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는 회사측 주장은 사실이었다. 다만 이런 작용을 하는 주성분이 몸에 이로운 베타카로틴(비타민 A의 전단계 물질)이나 라이코펜의 흡수를 방해한다는 게 문제다. 독일 당국은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규칙적으로 과일과 채소를 먹어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포장지에 명시하도록 법적으로 규제했다.

널리 알려진 건강 상식 자체도 문제가 있다. 생선 기름에 함유된 오메가 3 지방산이 심혈관계 질환에 좋다는 주장은 사실인가? 이탈리아에서 1만여 명의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는 오메가 3 캡슐을 먹은 환자들의 생존률이 더 높았다. 하지만 영국 웨일즈 대학에서 3000명의 협심증 환자를 조사한 결과는 달랐다. 정기적으로 생선이나 생선기름을 섭취한 환자들의 심장마비 사망률이 더 높았다. 게다가 과도한 오메가 3 섭취는 백혈구와 면역계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대개의 경우 식품첨가제의 효능은 쥐로 실험한 결과를 기초로 한다. 하지만 인간에게 어떨지는 불확실하다. “사람들은 쥐로 어떠한 실험도 할 수 있어서 특정한 효소나 세포 활동성의 어떤 변화도 항상 확증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 식품 및 영양학 연구소 책임자 우도 폴머가 한 말이다.

결론은 단순하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충고로 충분할 것이다. 담배를 피우지 말고,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화를 잘 내지 말 것”.

저자는 독일과 미국에서 화학, 생화학, 독물학을 공부한 뒤 프랑크푸르트의 환경관련 잡지사 편집장을 지냈다.

조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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