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장류 수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식품학계에서는 세계의 조미료 분포상 한.중.일(韓.中.日)3국을 하나의 두장권(豆醬圈)으로 분류한다.이들 3국은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줄곧 콩으로 만든 간장.된장 등을 조미(調味)의기본으로 삼아왔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이들 3국중 가장 먼저 두장을 개발한 나라는 어디일까.
여러가지 전거(典據)로 미루어 우리 민족이 선구임은 확실하다.무엇 보다 콩의 원산지가 고조선(古朝鮮)의 옛땅이었던 만주라는 점이 그렇다.중국의 고전들을 들춰보면 BC7세기 초엽 제(齊)나라의 환공(桓公)이 만주 남부를 정복해 콩을 가져왔다는 기록이 있고,『동이전(東夷傳)』에는 「고구려 사람들은 발효식품을 잘 만든다」는 대목이 나온다.
중국 고유의 장은 본래 육류로 담그는 육장(肉醬)이었으며,그에 비해 두장의 역사가 매우 짧다는 점도 한민족 개발설을 뒷받침한다.후한(後漢)시대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사민월령(四民月令)』이라는 책에는 우리의 메주를 뜻하는 「말도(末 都)」라는 말이 나오는데 중국에서는 이를 「메두」 혹은 「모두」라 부른다는 것도 재미있다.
일본은 더 말할 것도 없다.일찍부터 아라이 하쿠세키(新井白石)등 권위있는 학자들도 고구려때의 두장인 말장(末醬)이 일본에건너왔음을 인정했다.만주어로는 「미순」으로 불리는 장을 조선조의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는 말장이라 쓰 고 「미조」라불렀는데 일본에서는 「미소」로 통하니 조선장의 역사와 관련한 3국관계를 더듬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장을 담그는 방법이나 먹는 방식에 따라 맛에 큰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우리 민족은 모든 음식맛을 장맛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담그는 일에나 먹는 일에 매우 까다롭다.그래서 한가지 장맛에 길들여지면 다른 장은 아예 거들떠 보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이웃간에도 장맛은 다르게 마련인데 하물며 다른 나라의 장맛이 우리네 입맛에 맞을 턱이 없다.한데 최근 들어 간장.된장.고추장등 장류의 수입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다.중국.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장의 뿌리가 우리민족이라 는 점에서 역수입의 의미도 있다지만 미국.프랑스.홍콩 등지로부터의 수입은 좀처럼 이해가 되질 않는다.이러다간 우리 고유의 장맛을영영 잃게 되지나 않을는지 그것도 걱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