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김대중.김상현 '총선 DJ책임론'발언에 관계 서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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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와 김상현(金相賢)지도위의장.61년 이후 35년간 「민주동지」다.金총재를 형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당내 인사는 金의장밖에 없다.이런 두사람 사이가 金의장의「총선 DJ책임론」 발언 이후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두사람 관계는 애증(愛憎)이 얽힌 특이한 관계다.60년대 말金총재에게 『대통령 한번 해보라』고 처음 「바람」을 잡은 사람이 金의장이다.그 뒤 헌신적으로 71년 대통령선거를 지원했고,80년 서울의 봄때 핵심참모역을 했다.金의장의 동교동2인자 역할은 金총재의 80년대 초반 미국 망명때 전성기를 맞았다.金총재를 대리해 김영삼(金泳三)현대통령과 힘을 합쳐 민추협을 결성,85년 2.12총선의 신당돌풍을 일으킨 것도 金의장이었다.
그러나 곧 양자는 갈등관계에 빠진다.2.12총선 직후 귀국한金총재와 金의장은 석연치 않은 일로 마찰을 빚었다.결국 87년대통령선거 때는 金의장이 김영삼후보편으로 갈라섰다.
그러다가 지난해 국민회의 창당 당시 金총재가 10년만에 金의장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관계가 회복됐다.
金의장의 움직임은 요즘 의미심장하다.
金총재의 총선 책임론을 제기한 것 외에 최근 장을병(張乙炳)민주당대표등 정치권과 학계.법조계 인사들의 친목모임인「우억새 모임」에서 金총재에 대한 불만을 상당히 깊게 털어놓았다.일련의행동에 동교동계의 경계심은 바짝 고조되고 있다.
「딴살림 차리기」의 첫걸음이 아닌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金총재는 14일밤 金의장 발언을 전해듣곤 고심끝에 쐐기를박아야겠다고 결심하고 15일 당내 회의에서「자제」를 강력 촉구했다고 한다.이런 金총재의 반응은 金의장의「능력」에 대한 평가와도 관계가 있다.『벽에 걸린 그림속의 사과도 꺼내 먹을 사람』이라는게 金의장에 대한 金총재의 평소 평가다.
국민회의는 일단 어수선하다.金의장계의 한 의원은『金총재가 대권에,金의장이 당권에 뜻이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라며 『그렇게 다투다간 둘다 시지푸스 신세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시지푸스의 신화처럼 정상 가까이 돌을 굴리 고 갔다가 번번이 허물어지는 형국을 경고한 것이다.
金총재도 15일 일부 당직자들로부터 『金의장을 그렇게 내몰지말고 차라리 역할을 주자』는 건의를 받고 고개만 끄덕였다고 한다.이런 얘기를 아직 접하지 못한 金의장은 이날밤 박정훈(朴正勳)의원 상가(喪家)에서도 『민주정당이라면 그런 (중앙대 발언) 얘기는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기세를 굽히지 않았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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