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태반주사제 불법유통 단서 포착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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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서 불법유통중인 녹십자사의 인태반유래의약품
‘라이넥’

보건당국이 국내 유명제약사에서 시판하는 태반주사제의 불법유통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 대대적인 단속에 착수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가족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의료기관과 제약회사를 상대로 태반주사제 불법유통 실태조사에 착수, 그 결과를 다음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20일 보건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허가받은 인태반제제는 총 42개 품목으로 식약청에서 인정한 효능·효과는 ‘만성간질환에 있어서의 간기능개선’이다.

그런데 노화방지, 아토피 치료, 성기능 개선, 불임치료, 알레르기 치료 등 엉뚱하게도 ‘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의사의 처방을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이 일반인들에게 무분별하게 불법유통되고 있다.

시중에서 일반인들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태반주사제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녹십자사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사제 구입, 큰 어려움 없어”

소비자 K씨는 “(주변에서)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50개(앰플) 들이 한 박스를 30만원에 구입했다”며 “병원에서 직접 주사를 맞게 되면 1대에 2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을 구입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며 “태반주사제를 맞고 피로한 기운이 없어졌고 술을 많이 마셔도 아침에 거뜬하다”고 덧붙였다.

제약회사의 인태반제제 관리가 매우 허술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의사의 처방없는 태반주사제의 투약은 자칫 심각한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식약청에 따르면 인태반주사제는 보통 1일 2mL를 피하 또는 근육주사하고 증상·연령에 따라 적절히 증감할 수 있지만 아직 광범위한 임상결과가 없어 구체적 부작용은 검증조차 되지 않았다.

“구체적 부작용 검증안돼...감염증 전파 위험”

또 앰플주사제는 용기 절단시 유리파편이 혼입되어, 예기치않은 이상반응을 초래할 수 있고 어린이, 노약자는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고령자의 경우, 생리기능이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약물은 제조공정에 있어서 가열처리를 하고 있지만 원료인 인태반에서 유래하는 감염증 전파의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식약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뿐만아니라, 이 약물에 과민반응 환자는 투약이 금지돼 있으며 알레르기 체질환자도 신중히 투여해야한다.

식약청 관계자는 “태반주사제는 사람조직에서 유래한 단백·아미노산제제이므로 쇽 증상의 발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며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 투여를 중지하고, 적절한 처치와 함께 경과를 충분히 관찰해야한다”고 말했다.

오한·발열·발진 등의 과민반응, 주사부위의 동통·발적·경결, 여성형 유방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인태반주사제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필요한 최소량만 투여해야하지만, 무분별하게 유통되다보니, 이같은 투약규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항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방치할 경우, 국민건강 심각한 위협

보건당국이 한때 심각한 감염 또는 오염 문제를 유발했던 인태반제제에 대해 다시 메스를 가하고 나선 것은 이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이달 초부터 6개 지방청을 통해 녹십자, 광동제약, 한국멜스몬, 휴온스 등 유명 인태반의약품 생산 제약회사와 도매업체 등을 상대로 제품의 입출고 현황을 조사하는 등 불법유통의 단서 포착에 나선 상태다. 복지부도 의료기관의 불법 출장 투약행위 등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언론보도와 소문으로만 나돌던 불법 유통실태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위법사례가 상당부분 포착됐음을 시사했다.

당국은 제약회사들이 매출 확대를 위해 태반주사제의 불법유통을 묵시적으로 묵인해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국은 불법유통이 확인된 제약회사에 대해 관리책임 등을 물어 해당제품의 판매 및 제조업무 정지 처분은 물론, 사안에 따라 검찰 고발도 병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태반주사제 불법유통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인태반 유래의약품 국내 허가현황]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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